차례
챕터
4. 통화가 부글부글
1) 돈이 끊임없이 변해
2) 통화가 부풀어
3) 통화량이 늘었어, 줄었어
4) 통화 종류가 단계별로
5) 돈이 얼마나 빨리, 많이
6) 앗, 인플레이션이 닥쳤어
7) 앗, 뜨거라! 하이인플레이션
8) 앗, 디플레이션이 닥쳤어
9) 리플레이션을 하라
10)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퇴양난
V 확인하고 넘어가기
5. 경기정책이 힐끔힐끔
1) 경기가 오르락내리락
2) 경기순환도 가지각색
3) 경기정책이 끼어들기
4) 한국은행, 경기야, 게 섰거라
5) 물렀거라, 정부가 나섰다
6) 감세정책이 은근슬쩍
7) 트리클다운 효과가 히죽히죽
8) 돈 풀기, 방향이 틀렸어
9) 경제효과 시뮬레이션이 가소로워
10) 경제정책 기조가 후끈후끈
11) 규제완화가 찌그럭찌그럭
V 확인하고 넘어가기
6. 경제지표가 왁자지껄
1) 지표, 지수가 뚜렷하게
2) GDP가 제일 잘 나가?
3) 경제성장률이 오르락내리락
4) 잠재성장률이 오싹오싹
5) 경기지수가 우왕좌앙
6) 경기심리지수가 눈치 빠르게
7) 물가지수가 수근수근
8) 실업률이 눈 가리고 아웅
9) 고용 없는 성장이 아찔아찔
10) 1인당 국민소득이 으랏차차
11) 소득분배가 우르르 쾅쾅
12) 가계부채가 불끈불끈
13) 국제수지가 꼼꼼하게
14) 국가부채가 바짝바짝
V 확인하고 넘어가기
7. 환율이 후들후들
1) 외화가 한눈에 쏙
2) 환율 시세가 들쑥날쑥
3) 외환시장, 안팎으로 바꿔
4) 재정환율, 두 번 바꾸기
5) 역외시장이 모락모락
6) 통화가 강세, 약세
7) 환율이 상승, 하락
8) 환차익이 텀벙텀벙
9) 외국인은 환율에 샀다, 팔았다
10) 세계로 환율 문이 철커덕
11) 환율 변동이 움찔움찔
12) 환율이 고정, 환율이 변동
13) 외환보유고가 들락낙락
14) 통화스와프, 외평채가 여차하면
15) 정부가 외환시장에 은근슬쩍
V 확인하고 넘어가기
8. 세계경제가 한눈에 탁!
1) 한국 경제의 핵심이 한 눈에 쏙!
2) 기축통화는 요술방망이
3) 미국달러가 으쓱으쓱
4) 트리핀 딜레마가 착 붙어서
5) 글로벌 불균형이 티격태격
6) 엔 캐리, 달러 캐리가 휘돌아
7) 유료화가 우당탕탕
8) 엔화가 등 떠밀려
9) 미국 지표가 물끄러미
10) 국제 금리가 들썩들썩
11) 신용등급, CDS 프리미엄이 흠칫
12) 국제 유가가 시끌시끌
13) 원자재시장이 와글와글
14) 통화스와프, 외평채가 여차하면
V 확인하고 넘어가기
9. 주식시장이 시끌시끌
1) 주식시장이 어리둥절
2) 주가지수가 알쏭달쏭
3) 시황뉴스에 뻔질나게
4) 주식이 다종다양
5) 마진콜이 따릉따릉
6) 외국인이 희희낙락
7) 주가 차트가 알쏭달쏭
8) 공매도가 화들짝
9) 회계장부가 따끈따끈
10) 주식, 비싼 거야, 싼 거야?
11) 선물거래가 아리송
12) 옵션거래가 부들부들
13) 프로그램 매매가 후다닥
V 확인하고 넘어가기
4. 통화가 부글부글
1. 돈이 끊임없이 변해
명목화폐 | 법화 | 물물교환 | 상품화폐 | 금속화폐 | 그레샴의 법칙 | 골드스미스 노트 | 태환지폐 | 불환지폐
경제공부를 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돈이 진정 무엇인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1만원 지폐를 살펴보자.
1만원 지폐는 종이처럼 보이지만 목화솜과 비단을 섞어서 만들었다. 한 장을 제조하는데 100원이나 200원쯤 든다고 알려져 있다. ( 정부가 발표를 안해서 정확한 액수를 모른다고 이 책을 쓴 필자가 말하고 있다. 고로 이 글을 쓰는 나도 모른다. )
이런 화폐를 '명목화폐' 라고 한다.
명목화폐는 그 돈의 실제 가치와는 상관없이 화폐에 새겨진 액면단위로 유통되는 돈이다. 반면 물품화폐는 가축이나 노예, 곡물, 귀금속 등 실제 가치로 통용되는 화폐인데 '상품화폐' 라고도 한다. 오늘날 거의 모든 국가에서 쓰는 화폐는 명목화폐다.
실제 가치가 고작 100원, 200원에 불과한 지폐들이 어떻게 1만원, 5만원짜리로 '행세하며' 유통되고 있는 것일까?
한 나라에 오직 하나 있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보증하며, 정부가 이 지폐로만 세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돈을 법으로 발행한 보증을 한 화폐라고 해서 법화라고 한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지폐는 모두 법화인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는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을까? 돈의 역사를 한 번 알아보자.
옛날에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서로 물물교환을 했다. 달걀과 토끼, 밀과 소를 서로 바꾸는 식으로, 여담이지만 오늘날에도 물물교환은 여전히 남아있다. 석유나 커피 같은 자원을 다른 나라의 무기 등과 바꾸는 물물교환을 하기도 한다.
물물교환은 불편한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소 한 마리와 물고기 한 마리는 바꿀 수 없다. 멀쩡한 소를 물고기와 교환하기 위해 자를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상품화폐 (물품화폐) 가 등장했다. 곡물, 가죽, 소금, 직물, 금이나 은 등 휴대가 편리하고 잘 변하지 않고 쉽게 나눌 수 있는 것들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보면 청나라와 무역할 때 인삼, 우황, 수달피 등을 지불 및 교환수단으로도 사용했다니 조선시대에도 일부 상품화폐가 사용된 것이다.
문명이 점차 발전하고 생산과 교환이 활발해지면서 금화, 은화, 동화 등 금속화폐가 등장했다. 금속화폐는 금속으로 만든 화폐로 견고하고 희소가치가 있으며 보관과 운반이 더욱 편리했다.
그런데 왕이 금화나 은화 함량을 속이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금화를 만들면서 구리 같은 불순물을 넣는 것이다. 금 함량을 줄이면 훨씬 더 많은 금화를 만들 수 있읜 로마시대의 폭군 네로 황제도 그랬고 중세시대 많은 군주들도 그랬다.
양상은 다르지만, 오늘날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짐바브웨 대통령은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한꺼번에 엄청 발행했다. 덕분에 돈 가치는 떨어져 물가가 앙등하고 돈은 완전히 똥값이 되었다. 금화에 불순물을 섞었던 네로 황제나 다름없는 짓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레샴의 법칙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쫓아낸다).' 이 말을 한 16세기 영국의 재정고문인 토머스 그레샴의 이름을 딴 것이다.
금화에 구리 등을 섞어서 주조하면 사람들은 금 함량이 높은 양화를 가지고 내놓으려고 하지 않고, 반면 금 함량이 낮은 악화를 얼른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기 위해 거래에 활발하게 사용한다.
시장에서 양화 (良貨)는 사라지고 악화 (惡貨)만 남아 흘러 다니게 되고, 거래는 점차 위축되는 것이다.
나중에 골드스미스들은 보관하고 있는 금보다 더 많은 금 보관증을 만들어 유통시켰다고 한다. 지금의 은행과 유사했다.
17세기까지는 금화, 은화, 동화가 같이 쓰이기도 했는데 이후 금화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대량의 금화는 보관도 쉽지 않고 분실의 우려가 있고 휴대하기도 불편하다.
귀금속 세공업자인 골드스미스에게 금을 맡겨두고 보관중인 골드스미스 노트를 받아서 금화 대신 거래에 이용했다. 이 보관증을 가지고 골드스미스에게 가면 언제든지 금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 골드스미스 노트가 발전해서 지폐가 된 것이며, 골드스미스의 역할이 나중에 은행으로 변하게 된다.
지폐는 18세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때 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만큼만 지폐를 발행할 수 있었다. 초기에 골드스미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지폐를 가지고 은행에 가면 언제든 금으로 태환할 수 있었다. 태환지폐는 언제든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지폐다.
요즘 은행에 지폐를 들고 가서 금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면 은행에서 왜 금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냐고 할 것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지폐는 불(태)환지폐기 때문이다. 불환지폐는 금의 양과 전혀 상관 없이 발행되기에 금으로 바꾸어 주지 않는다. 우리가 쓰는 원, 달러, 엔 모두가 불환지폐다. 금의 양과 상관없이 중앙은행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
일단 돈의 역사는 여기까지만 알아보고 기축통화를 다룰 때, 1900년대 이후의 흥미진진한 돈의 역사를 알아보도록 하자. 돈의 역사를 아는 것은 현대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 지식 중 하나다.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명목화폐는 실제 가치와는 전혀 상관없이 화폐에 새겨진 1만원, 5만원 액면단위로 유통이 된다. 어찌 보면 화폐에 표시되어 있는 숫자는 그냥 숫자일 뿐이다.
돈에 새겨진 액면단위는 1만원으로 변함이 없지만, 그것의 교환가치는 끊임없이 변한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 물가, 환율 등에 따라서 말이다.
몇 년 전에는 1만원으로 친구랑 둘이서 웬만한 점심을 사먹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최소한 천원짜리 지폐가 몇 장 더 필요하다. 1만원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돈의 가치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아제 본격적으로 통화를 배우러 가보자.
돈의 실제 가치는 시중의 돈의 양. 물가 등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돈의 양이 늘어난다. = 돈 가치가 떨어진다.
돈의 양이 줄어든다. = 돈 가치가 올라간다.
퀴즈
1. 현대의 돈에 대한 설명으로 맞지 않은 것은?
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화이다.
② 언제든지 금으로 바꿀 수 있는 태환화폐이다.
③ 내가 가진 1만원짜리 지폐는 명목화폐다.
정답 : ②
2.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고문이자 금융업자의 이름에서 따온 법칙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는 법칙은?
정답 : 그레샴의 법칙
2. 통화가 부풀어
통화 | 통화량 | 지급준비금 | 지금준비율 | 신용창조
통화 (currency)는 '현재 흘러다니고 있는 돈' 이라는 뜻이다. 흔히 통화라고 하면 지폐나 동전만 연상할 수 있는데, 예금, 수표, 어음 등 지불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통화량은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의 양이다.
통화나 통화량에 대해 배울 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 바로 지급준비율과 신용창조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서 돈이 필요한 측에 대출을 하여 먹고 사는 기관이다.
그런데 한 은행이 100억원의 예금을 받아서 몽땅 대출해 버린다면? 예금자가 은행에 와서 갑자기 1억원을 찾겠다고 하면 줄 돈이 없어서 큰일이 날 것이다.
지급준비금제도는 은행이 예금자의 갑작스러운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이 맡긴 예금 중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해 두도록 한 제도다. 지급준비금은 이 제도에 의해 한국은행에 맡겨두는 돈, 지급준비율은 지급준비금의 비율이다.
한국의 지급준비율은 예금상품마다 다르지만 평균 3.8% 쯤 된다. 그러니 국민은행이 예금을 100원 받았다면 3.8원은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96.2원을 대출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예금자가 한날한시에 돈을 찾으러 올 일이 없으니까 이 정도 비율로 비축해 두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신용창조는 '예금창조' 라고도 하는데, 은행이 처음 받는 예금의 몇 배를 다시 예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1단계 : 진기가 10억원을 국민은행에 예금했다. 이제 통화량은 10억원이다. 계산하기 편하게 지급준비율이 10% 라고 한다. ( 한국의 지급준비율 평균은 자주 발표되지 않는데 2006년 기준 3.8%였다.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
2단계 : 국민은행은 10억원 중에서 1억원을 지급준비금으로 남기고 순이에게 9억원을 대출했다. 순이는 벼락 땅부자 광필이의 창고부지를 사고 9억원을 지불했다. 광필이는 이 9억원을 국민은행에 예금했다. ( 진기 예금 10억원 + 땅부자 광필 예금 9억원).
3단계 : 국민은행은 땅부자 광필이의 예금 9억원 중에서 지급준비율 10% 인 9천만원을 남기고 영희에게 8억 1천만원을 대출했다. 영희는 이 돈을 아파트 구매대금으로 똥팔이에게 지불했다. 똥팔이는 8억 1천만원을 받아서 은행에 예금했다.
이제 통화량을 보자. ( 진기예금 10억원 + 땅부자 광필 예금 9억원 + 똥팔이 예금 8억 1천만원 ) 으로 모두 27억 1천만원이 되었다.
4단계 : 국민은행은 똥팔이가 예금은 8억 1천만원에서 약간의 지급준비금을 떼고 대출하고, 대출된 돈이 흘러다니다 다시 은행으로 예금이 되고···.
5단계 : 은행은 예금 중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 떼고 대출하고,
6단계 : 예금 / 대출
7단계 : 예금 / 대출, 예금 / 대출, 예금 / 대출 ···.
통화량은 이처럼 예금 / 대출의 신용창조 과정을 통해 늘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돈이 부풀어 오르는 과정이다.
덤 & 덤 신용카드도 돈일까?
신용카드로 물건을 살 수 있으니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광필이가 점심을 먹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신용카드회사가 대금을 대신 지급하고, 한 달 뒤 광필이의 예금계좌에서 신용카드회사로 돈이 빠져나간다. 즉 신용카드는 대금 결제의 시기를 늦추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므로 신용카드 사용액은 기본적으로 통화량에 속하지 않는다. 단,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면? 이건 현금이 인출되어 시중에 돌아다니게 되니 통화량에 포함된다.
퀴즈
1. ( ) 제도는 은행이 예금자의 갑작스러운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이 맡긴 예금 중 일부 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제도다.
2. 중앙은행이 찍은 돈이 은행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며 또 다른 통화를 계속 만들어내는 과정을 ( ) 이라고 한다.
정답 : 1. 지급준비금 2. 신용창조
3. 통화량이 늘었어, 줄었어
통화량 증가 | 통화량 증가의 영향 | 통화량 감소 | 통화량 감소의 영향
통화량은 어떤 요인으로 증가 또는 감소하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인구가 1천명인 섬나라의 통화량이 1천억이라고 하자. 이때 통화는 단순히 지폐, 동전만이 아니라 예금, 수표, 어음 같은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제 섬나라의 통화량이 1,500억원으로 50%가 늘었다고 하자.
섬나라의 통화량은 어떻게 늘어났을까?
1. 섬나라 중앙은행에서 지폐 인쇄기를 마구 돌리면 된다. 그 돈을 시중은행에 빌려주면 시중은행은 다른 사람에게 대출하거나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시중 통화량이 늘어난다.
2. 섬나라 사람들이 마구 돈을 빌려서 투자에 나서면 된다. 앞에서 신용창조에 대해 살펴보았다. 예금 / 대출, 예금 / 대출이 활발할수록, 즉 대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통화량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3. 수출을 많이 해서 해외의 달러를 많이 가져온다. 또 해외에서 외국인이 달러를 싸들고 와서 섬나라의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이고 공장도 짓는다. 외국 돈이 섬나라로 들어오면 섬나라 돈으로 환전되어 투자하니까 통화량이 늘어난다.
사실 경제가 발전하면 통화량은 완만히 증가하게 되어 있다. 생산물이 많아지고 거래가 늘어나니 당연히 돈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펴보는 섬나라는 1년 만에 50% 라는 경이적인 통화량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오해하지말자. 통화량이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1922 ~ 23년 1년에 물가가 무려 약 100매 올랐던 1차 세계대전 후의 독일이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00,000,000% 라는 최악을 물가 폭등을 겪은 짐바브웨 등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2017년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물가상승률이 14.000%에 달했다.
이제 섬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1. 돈이 많아졌으니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 등 물가가 오른다.
2. 돈이 흔해졌으니 그만큼 돈 가치는 떨어진다. 예전엔 천원으로 파 한 단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1,500원을 내야 한다. 물론 파 같은 농작물은 그해 작황이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가격이 영향을 받지만, 일단 딱 고정시켜 놓고 생각해보자.
3. 돈이 많아졌으니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만약 통화량이 5% 증가해서 1,050억원으로 늘었다면? 물가도 위의 예보다 덜 오르고 돈의 가치도 덜 떨어지고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적어질 것이다.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원자재,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섬나라의 통화량이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통화량이 왜 늘지 않았을까?
경기가 침체되면 원금을 못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돈을 잘 빌려주지도 않고, 소비와 투자가 적어져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도 줄어든다. 통화량은 예금/ 대출을 반복하는 신용창조 과정을 통해 늘어나는데 대출이 급감하니 통화량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잠깐 통화량이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다.
이제 섬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1. 시중의 통화량이 줄어들었으니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 등 물가가 내린다.
2. 돈 가치는 오른다.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없으니 돈이 금값이 되고 가치가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3. 시중에 돈이 별로 없으니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내리고 사람들이 소비도 하지 않고 기업도 투자에 나서지 않으니 경기가 더욱 침체된다. 섬나라 정부나 중앙은행이 어떻게든 통화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한다. 일단 돈이 돌아야사람들이 소비도 하고 기업도 투자를 하고 그래야 경기가 살아난다.
광필이네 섬나라를 통해 통화량이 왜 증가 또는 감소하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경제는 워낙 다양한 요인이 많아서 통화량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화량의 변화가 경제상황과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뉴스에 통화량 기사가 자주 나오고, 정부나 기업, 투자자들도 통화량 지표를 주목하는 이유다.
시중의 통화량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한국은행의 책임이다. 한국은행의 존재 이유는 통화량을 관리해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퀴즈
1. 다음 중 통화량 증가와 관련된 상황이 아닌 것은?
①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찍어낸다.
② 주식,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몰려온다.
③ 시중의 물가가 내렸다.
④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여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졌다.
정답 : ③
2. 다음 중 통화량 증가속도가 느려졌을 때의 상황이 아닌 것은?
① 부동산 가격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
②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다.
③ 내 통장에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
④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답: ④
4. 통화 종류가 단계별로
본원통화 (M0) | 파생통화 | 협의통화 (M1) | 광의통화 (M2) | 금융기관 유동성 (Lf) | 광의유동성(L)
이제 본격적으로 통화량에 대해 살펴보자. 생소한 단어들이 나오지만 딱 5개만 기억해 두면 된다. 5개도 귀찮다면 3개만 기억해 두자. 본원통화, 협의통화, 광의 통화.
먼저 본원통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으로 흘려보낸 돈을 본원통화라고 한다.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으로 입고된 새 돈은 통화량이 아니다. 한국은행에서 국민은행, 우리은행 같은 시중은행으로 흘러들어가야 비로소 통화량이 잡힌다.
본원통화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지폐와 동전 같은 현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주변에 현금이 어디에 있을까?
광필이 지갑에 있는 현금
광필기업의 금고에 든 현금
지급준비금 - 은행이 예금자들이 갑자기 예금을 찾으러 왔을 때를 대비해 한국은행에 예치해둔 돈
시재금 - 은행 본점이나 지점의 금고에 들어 있는 돈
본원통화는 긴 시간을 두고 보면 완만하게 증가해 왔는데, 2008년 금융위기로 돈이 돌지 않자 한국도 미국도 본원통화량을 급격하게 늘렸다. 경기침체로 인해 신용창조 과정이 원활하지 않자 중앙은행이 지폐를 마구 찍어서 뿌렸기 때문이다.
→ 순으로 갈수록 큰 범위다.
본원 통화 (M0) : 돈 → 협의통화 (M1) : 보통통장, 돈 → 광의통화 (M2) : 2년 미만 예금, 보통통장, 돈 → 금융기관 유동성 (LF) : 2년 이상 예금, 2년 미만 예금, 보통통장, 돈 → 광의유동성 (L) : 나라 안의 총 통화
파생통화는 본원통화가 예금 / 대출을 반복하는 신용창조 과정을 통해 부풀어 오른 통화를 말한다. 그러니까 본원통화를 제외한 모든 통화는 바로 파생통화다.
파생통화는 현금화가 얼마나 쉬운가를 기준으로 4가지로 나눈다. 사실 본원통화보다 파생통화가 더 중요하다. 경제란 결국 돈이 잘 돌아야 신용창조가 활발해지고 활력을 찾게 되니까 말이다.
그럼, 파생통화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협의통화 (M1)는 지급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을 중시한 지표로, 오늘이라도 당장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거나 수표를 발행하여 지급할 수 있는 통화다. 현금과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을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별단예금은 금융기관이 미결제·미정리된 일시적 보관금이나 예수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한 일시적 편의적 계정이다. 예금증서나 통장은 없으며 '가상계좌' 라고도 한다.
우리 주변에 협의통화는 어디에?
본원통화
요구불예금 - 예금자가 요구하면 바로 인출할 수 있는 보통통장, 별단예금, 당좌예금 등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 투신사의 MMF 등
광의통화 (M2)는 넓은 의미 (광의) 의 통화라는 의미다. 협의통화에다 만기 2년 미만의 정기예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 (CD), 환매조건부채건 (RP), CMA 등을 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은행은 매월 광의통화량을 측정하여 경제성장률, 물가, 금리 등을 감안해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인다. 뉴스에서 통화량이라고 하면 이 광의통화를 말한다. 밑줄을 치고 꼭 기억하자.
금융기관 유동성 (Lf) 은 모든 금융기관의 유동성까지 포함한 통화다. 금융기관의 통화 예치기간이 정해져 있는 상품을 모두 합한 셈이다. 즉 광의통화에 만기 2년 이상의 정기예적금 및 금융채, 증권회사의 예수금, 생명보험회사의 보험계약 준비금 등을 모두 더한 것이다.
광의유동성 (L) 은 나라 안의 총 통화량이다. 금융기관 유동성에다가 상호저축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이 발행한 유동성 금융상품을 더한 것이다. 국채, 지방채, 기업어음, 회사채 등도 모두 광의유동성에 포함된다. 한마디로 나라의 모든 통화량을 합친 것이다.
다음의 핵심만 확실히 알면 된다.
자주 나오는 것은 본원통화, 협의통화, 광의통화다. 특히 뉴스에서 통화량이라고 하면 광의통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통화량의 기초 개념은 끝이다.
퀴즈
1. 다음 중 본원통화가 아닌 것은?
① 지갑의 동전 ② 지급준비금 ③ 시재금 ④ 조폐공사 창고의 현금
정답 : ④
2. 다음 중 협의통화에 속하지 않은 것은?
①본원통화 ②생명보험사 보험계약 준비금 ③ 보통통장의 돈 ④ 당좌예금
정답 : ②
3. 다음 중 파생통화가 아닌 것은?
① 본원통화 ② 협의통화 (M1) ③ 광의통화(M2) ④ 금융기관유동성
정답 : ①
5. 돈이 얼마나 빨리, 많이
통화승수 | 통화 유동속도 | 유동성 | 단기부동화 | 유동성 선호현상 | 신용경색
2030년 광필이네 섬나라의 통화량이 얼마나 늘어났을까? 예금 / 대출 등 신용창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볼까?
통화승수는 본원통화가 신용창조를 통해 늘어난 비율이다. 광의통화량은 본원통화량으로 나누어 구한다.
광필이네 섬나라의 통화승수가 20이라면 본원통화 1만원이 광의통화 2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통화 승수가 40이라면 본원통화 1만원이 광의통화 4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광필이네 섬나라의 통화승수가 20, 40 이라면?
통화승수가 크면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많고 신용창조가 활발하다는 것이다. 투자가 활발하고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자산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통화승수가 작으면 신용창조가 별로 안 된다는 의미다.
경제가 좋지 않아 국민들이 소비도 별로 하지 않고 투자를 꺼리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도, 빌려주려는 측도 줄어든 상태다. 경기침체가 심하다는 것이다.
돈은 인체에 비유하면 혈액과 같다. 교환경제체제에서 돈이 부족하고 돌지 않으면 소비, 생산, 투자, 고용 등 모든 기능이 위축된다.
광필이네 섬나라에서 돈이 얼마나 빨리 돌고 있을까?
소비와 투자가 활발할수록 돈이 은행에서 가계나 기업으로, 이 기업에서 저 기업으로, 이 사람 손에서 저 사람 손으로 옮겨지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통화 유통속도는 1년간 통화가 거래된 횟수다. 1년간의 국내총생산 (GDP) 을 광의통화량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연간 생산량이 1,000억원인데 연 평균 광의통화량이 200억원이면 5회전 한다고 보는 것이다.
광필이네 섬나라에서 통화 유통속도가 빨라졌다면
소비와 투자가 활발할수록 돈이 빨리 돌아다니게 되니 경기회복의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통화 유통속도가 너무 빠르다면? 경제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의미다.
통화 유통속도가 너무 느려졌다면 그만큼 돈이 안 돌고 있다는 것이니 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다.
유동성은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로, 보통통장의 돈은 유동성이 매우 좋은 것이다. 그럼 가볍게 퀴즈 하나를 풀어보자.
[퀴즈] 다음에서 유동성이 가장 좋은 것은?
1. 내 주식 계좌 2. 1년 정기예금 3. 당좌예금
답은 당좌예금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찾을 수 있다. 주식을 판 돈은 매도한 날로부터 이틀 뒤 (D+2) 에 내 계좌로 들어온다. 게다가 손실을 보고 있다면 현금화하기도 만만치 않다.
시중 유동성이 과도하다. 한국은행이 본원통화 1조원을 풀었는데, 시중은행을 통한 예금과 대출이 활발하게 일어나 광의통화가 1,000조원으로 늘어났다면? 보통 통화량 증가율이 실물 부문의 총거래액 증가율보다 크면 '유동성이 과도하다' 라고 평가한다.
이런 시기는 가계나 기업이 투자를 위해 대출을 많이 받을 때다. 반대로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유동성이 축소된다.
단기부동화는 돈이 부동화되어 단기 금융상품으로 떠도는 것이다. 부동화는 뜰 부, 움직일 동.
돈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딱히 수익성이 날 만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으므로 보통통장, CMA나 MMF처럼 단기상품에 주로 예치하고 투자처가 안 보이니 대출도 줄어든다.
유동성 선호현상이 강해졌다. 현금 (유동성) 을 더 선호한다는 말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사람들은 유동성이 좋은 현금이나 단기 금융상품 위주로 투자하려고 한다. 단기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다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떨어져 바닥을 쳤을 때 싸게 사려고 하는 대기성 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경색에서 경색 (梗塞) 은 피가 잘 통하지 않고 꽉 막힌 상태다.
돈을 피에 비유하면 자금을 쓰려는 사람은 많은데 경기가 너무 나빠서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없는 상태다. 돈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돈맥경화라고도 한다. 신용경색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이나 시중에 돈이 안 도는 상태다.
퀴즈
1. 다음 중 통화량과 관련된 설명 중 틀린 것은?
① 통화승수가 크면 투자가 활발하고 자산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② 경기침체기에는 통화 유통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
③ 경기침체에는 금융경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④ 유동성 선호현상이 강해지면 만기가 긴 예금에 드는 사람이 많다.
정답 : ④
6. 앗, 인플레이션이 닥쳤어
인플레이션 | 수요 인플레이션 | 비율 인플레이션 | 통화 인플레이션 |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 기대 인플레이션율 | 인플레이션 헤지 | 구두창 비용 | 메뉴판 비용 | 인플레이션 조세효과 | 레버리지 | 부의 효과 | 인플레이션 수출 | 차이나플레이션 | 애그플레이션 | 에코플레이션 | 아이언플레이션 | 피시플레이션 | 텍스플레이션
광필이네 섬나라에 인플레이션이 닥쳤어.
인플레이션 (inflation) 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이다.
왜 인플레이션이 생겼을까?
수요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늘어나 생기는 인플레이션. 경기가 좋고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른다.
비용 인플레이션은 기업의 비용이 늘어나 생기는 인플레이션. 석유나 철,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물가가 오른다. 임금, 지대 (땅값, 임대료 ) 등이 상승해도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물론 이외에도 유통단계가 늘어나자 독과점화가 심해져도 제품의 가격이 오르고 물가상승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더 근본적으로 통화량과 깊은 관계가 있다.
통화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이 크게 늘어나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자꾸 오르면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진다. 인플레이샨 기대심리는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대비해서 행동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대비해 어떤 행동들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알아보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기대 인플레이션율로 측정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한국은행이 조사하는데, 매월 15일 전 후 일주일 동안 전국 6,600가구를 샘플로 조사하는 소비자동향조사 중의 한 항목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을 일정 구간별 (1.0% 간격) 로 설문조사하여 중앙값으로 산출한 값이지만, 소비자 심리를 잘 보여준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나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정부의 물가 억제정책도 잘 먹히지 않고 앞으로 인플레이션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되어 물가가 자꾸 오르면 사람들은 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려고 한다. 돈을 들고 가만히 앉아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손해보기 싫으니 말이다.
인플레이션 헤지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방어하려고 투자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으로는 보통 부동산, 원자재, 주식, 그리고 물가연동채 같은 것이 거론된다. 물가가 오른다고 무조건 부동산을 사면 안된다. 주의하자.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으로는 주로 주식, 부동산, 원자재 등 실물이나 물가연동채 등에 투자한다.
하지만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금물, 시기마다 적절한 상품이 조금 다르다.
구두창 비용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금융 거래가 잦아져 금융비용과 시간 허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려고 은행이나 투자시장을 뺀질나게 드나들다 보면 구두창이 닳겠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느라 제품 포장이나 메뉴판의 가격을 자꾸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발생하는 것인 메뉴판 비용. 구두창 비용이나 메뉴판 비용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이다.
인플레이션이 되면 먼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오른다. 정부도 가격이 높아지니 더 많은 세금을 가져간다.
광필이가 새우깡 하나를 사먹어도 거기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다. 새우깡 가격이 100원 오르면 광필이가 내는 세금도 10원 더 많아지고 ···.
물가가 오른 후에 임금은 뒤늦게 따라오르니 그동안 임금생활자의 소득은 실제로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그 줄어든 돈은 소리 없이 기업가나 정부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을 인플레이션 세금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 조세효과도 비슷한 말이다.
인플레이션이 되면 이득을 보는 측도 있다. 돈 가치가 떨어지면 누가 이득을 볼까? 바로 채무자다.
자동차 기업인 나재벌 회장이 은행에서 1조원을 빌려서 사업을 확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자동차의 가격도 따라 올랐다.
자동차 가격이 2천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예전에는 부채 1조원을 갚으려면 차를 5만대 팔아야 했지만 이제는 4만 5천대만 팔아도 갚을 수 있다. 돈 가치가 떨어져 채무부담이 그만큼 작아진 것이다.
반대로 채권자나 예금이나 현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손해를 본다.
광필이가 친구에게 2천만원을 빌려주었는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2천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올랐다면 이제 돈을 받아보았자 자동차 한 대 값이 안 되는 것이다.
누가 가장 큰 채무자일까? 대개 가장 큰돈을 빌리는 측은 몇 천억, 몇 조원씩 빌리는 대기업이나 정부다. 그리고 월급을 모아 적금이나 연금 붓는 평범한 사람들은 채권자들이다. 사실 인플레이션은 일반 국민들의 돈이 대기업과 정부로 흘러 들어가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레버리지 (leverage) 는 지렛대 효과. 좀더 많은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빌린 돈을 지렛대로 삼아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주로 인플레이션 시기에 레버리지 투자를 많이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은행 융자를 크게 내어 투자하는 것이 레버리지 투자의 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많았다. 내 돈 2억, 은행대출 2억으로 아파트를 샀다. 3년 뒤 6억원에 팔았다면? 2억 대출을 갚고 나면 4억. 결국 내 돈 2억원으로 4억원을 만들어서 더블로 먹은 것. 이것을 '레버리지 효과' 라고 한다.
한때 강남에서는 일주일에 아파트 가격이 5천만원씩 올랐다느니 하는 소리가 떠돌았다. 부동산 가격은 오르다가 내릴 수도 있고, 팔아서 내 손 안에 들어와야 진짜 수익이다. 자산의 평가가격이 오르면 돌을 더 쓰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부의 효과는 인플레이션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의 평각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보통 한국에서는 자산 가격이 1억원 오르면 소비가 약 200만원 늘어난다고 한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대 (0.25%) 로 인하했다. 금융회사들은 저금리의 달러를 빌려서 중국이나 브라질, 한국 같은 신흥국으로 몰려왔다. 이 나라들은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가 자꾸 오르고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다.
미국이 저금리의 달러를 뿌려대어 다른 나라의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을 다른 나라로 수출한다' 고 해서 인플레이션 수출이라고 한다.
차이나플레이션은 중국발 인플레이션이다. 2000년대 세계 각국은 값싼 중국산 제품으로 인해 물가를 비교적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인건비도 오르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서 중국의 물가도 만만치 않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오르니 수입하던 국가들의 물가도 덩달아 올랐다. 한국도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많아서 차이나플레이션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플레이션 (flation) 은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 에그플레이션 agflation 농업( agriculture ) + 인플레이션 : 곡물가격이 상승하여 일반 물가가 오르는 현상
· 에코플레이션 ecoflation 환경 ( ecology ) + 인플레이션 : 환경적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산불, 한파, 태풍 등이 자주 발생해 기업의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것.
· 아이언플레이션 ironflation 철강 ( iron ) + 인플레이션 : 철재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조선 등의 제조원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 피시플레이션 fishflation 수산물 ( Fisheries ) + 인플레이션 : 남획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산자원의 부족으로 수산물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
· 택스플레이션 taxflation 택스 ( tax ) + 인플레이션 : 세금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는 주장,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간접세가 인상되면 그만큼 물가가 상승하는데, 그 결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이 심해진다는 주장이다.
퀴즈
다음 중 인플레이션 상황과 관련된 설명 중 틀린 것은?
① 인플레이션에는 수요 인플레이션, 비용 인플레이션, 통화 인플레이션이 있다.
② 인플레이션 헤지로는 부동산, 원자재, 물가연동채 등이 거론된다.
③ 인플레이션이 닥치면 구두창 비용과 메뉴 비용이 늘어난다.
④ 인플레이션은 채권자, 예금자에게 유리하다.
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레버리지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정답 : ④
7. 앗, 뜨거라! 하이인플레이션
하이퍼인플레이션 | 리디노미네이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물가가 단기간에 엄청나게 치솟는 것으로 초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한때 남미의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2010년대 중후반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에 시달리고 있었다. 2017년 물가상승률은 무려 14,000%에 달했다. 수출의 90% 이상을 오일머니에 의지했는데, 국제유가가 반토막이 나자 국고가 비게 되고,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막 찍어내며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닥친 것이다.
SNS에서는 화폐가치가 크게 떨어진 베네수엘라 지폐를 접어 만든 가방 사진이 큰 화제를 끌기도 했다. 돈으로 가방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는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많다.
보통은 월 평균 물가상승률이 50%를 초과할 때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1년에 약 130배가 오르는 것이다.
2007 ~ 8년 짐바브웨도 무려 200,000,000%에 달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었다. 계란 한 개의 가격이 무려 350억 짐바브웨 달러. 우리나라에서도 신년선물로 짐바브웨의 100조 달러 지폐가 잠깐 유행했었는데, 100조 달러 짚폐 한 장이 우리 돈 1만원 정도였다.
기준은 그렇지만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이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고도 한다. 한국의 경제규모와 경제성장률 수준이면 원래 물가상승률이 2% 선이 적절한데 5 ~7% 씩 상승하면 신문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이야기한다.
리디노미네이션 ( re-denomination) 은 화폐의 액면단위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화폐개혁을 말한다. 1,000원을 1원으로 화폐개혁을 하면 액면단위를 1/1000로 줄인 것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짐바브웨 정부는 100억 짐바브웨 달러를 1 짐바브웨 달러로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했다.
한국도 리디노미네이션을 두 번 했다.
1953년 화폐 단위를 100:1로 낮추면서 원 (圓)에서 환 (圜)으로 바꾸었다.
100원 (圓) → 1환 (圜)
1962년 화폐 단위를 10:1로 낮추면서 환(圜) 에서 '원' 으로 다시 바꾸었다.
10환 (圜) → 1원 (圓 )
우리나라에서는 10여 년 전부 일각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1달러에 1,000원 선으로 원하의 액면단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미 경제통계에서 조 단위를 넘어 경 단위가 등장할 정도니 말이다.
10,000,000,000,000,000원 ( 1경 )
리디노미네이션은 워낙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라 쉽게 단행하기 힘들다. 일단 모든 회계처리 시스템과 ATM 기계 등을 바꾸어야 한다.
만약 1,000원을 1원으로 화폐개혁을 하면 5억원 아파트의 가격이 50만원이 된다. 이 경우 착시현상으로 사람들이 싸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물가가 오른다.
화폐개혁은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은 시기에는 시도하기 힘들다. 2011년 북한도 화폐개혁을 했다가 경제가 더욱 도탄에 빠져 난리가 났다.
1000원 ( 圓 ) → 1원 ( 圓 ) 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이 되면
5억원 아파트 → 50만원
조선시대 말에도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있었다. 옛날 사극에서 한 냥, 두 냥, 백 냥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상평통보 (엽전) 1개는 1푼, 상평통보 10푼은 1전, 상평통보 100푼 (10전) 은 1냥.
조선 후기 고종 즉위 당시에는약 7냥이면 쌀 한 섬 (약 80kg)을 살 수 있었다. 요즘 20kg 쌀 한 포대가 약 5만원인데 한 섬으로 계산하면 약 20만원
그럼 당시 상평통보 1냥을 쌀 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금 돈 약 28,500원 ···. 1냥 = 28,500원, 쌀 한 섬 7냥
그런데 1866년 고종 3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증건할 때 당백전이라는 새화폐를 1년 동안 1,600만 냥을 만들었다. 토목건설비, 국방비 등 돈이 많이 필요했다. '일당백' 할 때 그 '당백' 이다.
그러니까 당백전이라는 엽전을 하나 만든 뒤 이게 상평통보 100개 (1냥) 와 맞먹는다고 우긴 것이다. 당백전을 녹여 가치를 비교하면 상평통보의 5 ~6배 가치밖에 없었는데 100배로 강제 유통시킨 것이다. 로마시대의 네로가 금화에 불순물을 넣었듯이 말이다.
그후 돈이 크게 늘어나니 돈값이 똥값이 되고 물가가 폭등했다. 순식간에 쌀 한 섬 가격이 7냥에서 45냥으로 수직 상승했고 백성들의 생활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당백 전 유통 후 쌀 가격 쌀 한 섬 = 7냥 → 45냥 (6배 상승)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반드시 사고를 친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갑자기 흔들릴 때 어떤 사태가 일어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퀴즈
다음 중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된 설명 중 틀린 것은?
① 하이퍼인플레이션 시기에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② 우리나라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한 적이 없다.
③ 북한은 2011년 화폐개혁을 실시한 바 있다.
④ 리디노미네이션은 급격한 물가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정답 : ②
8. 앗, 디플레이션이 닥쳤어
디플레이션 | 리세션 | 디프레션 | 디레버리지 | 리레버리지 | 자산 디플레이션 | 부채 디플레이션 | 역부의 효과 | 안전자산 선호현상 | 뱅크런 | 공황
광필이네 섬나라에 디플레이션이 닥쳤다.
디플레이션 ( deflation )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것이다. 상품이나 자산의 가격이 내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기술혁신이나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가격이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한편, 부의 불평등한 분배 때문에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팔리지 않을 때다. 국민들이 가난해 물건을 안 사면 가격을 내려야 팔리겠다.
한편, 경기가 과열되면서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금리가 치솟아 더 이상 대출이 늘어나지 않을 때다. 통화량이 ㅉ구 늘다가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멈칫할 때 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는 세번째에 주목해서 살펴보자.
▼ 디플레이션이 오는 과정
1.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너도나도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므로 돈의 수요가 늘면서 금리가 계속 오른다.
2. 금리가 너무 높은 수준까지 오르면 사람들은 이자부담 때문에 더 이상 돈을 빌리려 하지 않고 오히려 갚으려고 한다.
3. 소비와 투자를 위한 대출이 줄어들면 시중의 통화량 증가율이 둔화한다. 주식, 부동산 등의 거래도 소비도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물가가 하락한다.
4. 과도하게 커진 거품이 꺼지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시기가 온 것이다.
물가가 내리면 좋은 것이 아닐까?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노동자의 실직이 늘어나고,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소비자물가가 약 1년간 마이너스 행진을 하며 디플레이션 상황을 겪었다.
한국은 물가가 내리는 디플레이션 상황을 겪어본 적이 거의 없다. 경제구조의 특성상 경제위기가 닥치면 환율부터 급등하여 수입물가가 오른다. 그래서 오히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환율과 물가의 관계는 뒤에서 차차 알아보고, 디플레이션 시기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용어를 살펴보자.
리세션 (recession) 은 경기침체. 경기가 후퇴하기 시작하는 초기다. 보통 실질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를 리세션이라고 한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꼭 기억하자.
디프레션 (depression) 은 리세션보다 훨씬 더 심한 경기침체다. 그러니까 리세션은 경기침체의 초기, 디프레션은 극심한 경기침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레버리지는 빚내어 투자하는 것이고 디 (de) 레버리지는 부채축소. 경기가 좋을 때는 사람들이 레버리지를 이용해 빚을 내어 투자에 나서지만, 경기가 침체되면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지를 한다. 리 (re) 레버리지는 부채의 만기를 다시 연장해주는 것이다.
자산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기에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일본의 부동산은 1991년 이후 일어버린 10년으로 최고가 대비 87% 가 폭락하기도 했다. 주가도 75%나 폭락하고, 2018년 현재 예전 (1990년) 최고점과 비교하면 약 40%나 폭락한 상태다.
부채디플레이션은 과중한 부채 때문에 생긴 디플레이션을 말한다.
빚이 과도하게 늘어난 상태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의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진행이 된다. 투자와 소비가 갑자길 줄어들며 파산하는 기업과 가계가 늘어나고, 그러면 부채를 갚기가 더 어려워지고···. 부채 디플레이션은 악순환을 말한다.
경제에 거품이 낄 때,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두 번째 집을 사고, 또 대출해서 세 번째 집을 사고···. 그러다가 주택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하면 도미노 파산이 일어나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어빙 피셔. 그는 1929년 대공황 직전에 "미국 주가가 영구적인 최고점에 안착했다" 고 공언했다. 결국 재산과 명성을 다 날려버렸다. 그가 나중에 대공황을 분석하다가 정리한 이론이 바로 부채 디플레이션이다.
역부의 효과는 경기침체기에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의 평가가격이 내리면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 인플레이션으로 자산의 평가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인 '부의 효과' 의 반대 개념이다.
퀴즈
디플레이션 상황과 관련된 설명 중 틀린 것은?
① 통화량 증가율이 둔화되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② 부의 효과가 나타난다.
③ 개인이나 기업이 디레버리지에 나선다.
④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떨어지는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다.
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난다.
정답 : ②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경기침체나 극심한 금융불안기에 돈을 잃을 위험을 피하기 위해 좀더 안전한 자산에 투자가 몰리는 현상이다. 주식·부동산·원자재 등의 위험자산에서 좀더 안전한 곳, 이를테면 미국 달러나 국채, 수천년 동안 화폐의 역할을 해 온 금 같은 것으로 옮기는 것이다.
뱅크런 (Bank Run) 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말한다.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출을 해 버리므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으러 은행 (Bank) 으로 달려가면 (run) 금고가 금방 거덜나 버린다.
뱅크런 사태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미국, 영국에서도 일어났고, 한국도 2011년 저축은행의 연이은 영업정지로 일부 뱅크런을 겪었다.
공황 (panic) 은 두려울 공 (恐), 어리둥절할 황(慌), 극단적인 경기침체 상황이다.
1929년 대공황은 주식시장이 최고가에서 1929년 대공황은 주식시장이 최고가에서 90%나 폭락했고, 산업생산은 -46%로 반토막이 났다. 미국 노동자 4명 중 1명이 실직하고, 세계 무역의 총가치는 50% 이상 줄어들었다. 뭉크의 그림 '절규' 처럼 끔찍한 상황이다.
9. 리플레이션을 하라
리플레이션 | 유동성 함정 | 양적완화 | 출구전략
광필이네 섬나라에 극심한 경기침체인 디플레이션이 닥쳤다.
섬나라의 정부나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에 자주 거론되는 경제용어들을 살펴보자.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 시기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경제를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시중에 돈을 뿌려서 투자와 소비를 다시 늘리려는 것이다.
리플레이션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쓰는지를 5장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헬리콥터를 타고 공중에 돈을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막겠다." FRB 의장 벤 버냉카는 금융위기가 닥치자 디플레이션을 위해 달러를 마구 뿌려댔다. 그의 뱔먕은 헬리콥터 벤.
유동성 함정은 돈이 함정에 빠져서 돌지 않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되면 일단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금리가 싸졌으니 돈 좀 빌려라. 빌려서 소비와 투자를 늘려라."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개인이나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돈이 돌아야 한다. 그래서 돈이 '중앙은행 → 은행 → 가계·기업' 으로 돌지 않는다. 중앙은행 ↔ 은행 사이에서만 왔다갔다 한다. 이것을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한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돈을 풀어도 돌지 않고 유동성 함정에 빠지며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다음 타자는 양적완화다.
양적완화 (Quantiative Easing)는 말그대로 양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서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냥 QE라고도 한다. 양적완화 2탄을 QE2 식으로 줄여 말한다. 예를 들어 채권에서 국채나 은행채, 회사채 등을 사들이고 정부, 은행, 기업에 돈을 쥐어준다. "제발 좀 써서 투자하라"고 말이다. 한마디로 돈을 찍어서 직접 시중에 뿌리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원래 출구전략은 군사용어로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철수하는 시나리오에서 나온 말이다.
경기침체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계속 돈을 뿌리면, 나중에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를 수 있고 주식이나 부동산에도 거대한 거품이 낄 수 있다. 그래서 경기가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면 거품이 터지기 전에 조심스럽게 과열을 막는 조치들을 취한다. 이것을 출구전략이라고 한다.
출구전략은 크게 타이트닝 ( tightening )과 테이퍼링 ( tapering )이 있다. 타이트닝은 금리 인상, 테이퍼링은 '점점 가늘어지다' 는 뜻이다. 마라톤 선수가 큰 경기를 앞두고 훈련량을 줄이는 것이다. 경제에서는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줄이는 것이다.
출구전략이 어떤 것이 있는지는 5장에서 살펴보자. 다음은 더 무서운 스태그플레이션을 살펴보자.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 시기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경제를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시중에 돈을 뿌려서 투자와 소비를 다시 늘리려는 것이다.
리플레이션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쓰는지를 5장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0.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퇴양난
스태그플레이션 | 오일쇼크 | 스태그플레이션의 극복
스태그플레이션 ( stagflation ) 은 경기가 침체하는데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이다.
경기가 활황일 때는 물가가 오른다. 반면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가 줄어들어 기업들이 가격을 올릴 수 없거나 내리기도 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세도 한풀 꺾인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경기가 침체하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는 것이다. 서민들은 경기가 안 좋으니 실업과 저소득으로 고통받고 물가까지 치솟아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석유가격이 급등했다. 1차 오일쇼크 때는 1년 만에 유가가 4배, 2차 때도 무려 3배가 올랐다. 유가가 치솟자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물가가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생산과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 봤던 경제고통지수 (misery index)다. 일자리가 줄어들며 실업률이 올라가고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돈까지 끊어져 버리는 상태를 만든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사실 대책이 별로 없다.
1번 방법.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기업의 생산과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어 성장률이 떨어지고 경기침체가 더욱 심해진다.
2번 방법.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와 소비를 부추기려고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튀어오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갇히는 것이다.
2011년 후반 우리나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를 보였다. 경제성장률은 3%대에 머무는데, 물가상승률은 매월 4%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경기를 살리려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취했다. 물가가 오름에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덕분에 물가가 더욱 크게 올라 서민들의 고통이 컸다.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면 기술혁신을 통해 좀더 좋은 제품을 더 값싸게 공급해서 돌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들 한다. 생산원가를 줄여 가격을 인하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도 회복되고 고용도 늘어나는 시나리오다.
▼ 신문에 가끔 나오는 공포 시리즈
I 의 공포 : 인플레이션의 공포
S 의 공포 :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R 의 공포 : 리세션의 공포 - 경기침체의 시작
D 의 공포 : 디플레이션의 공포
J 의 공포 : 실직 (jobless)의 공포
퀴즈
다음 문제를 보고 O, X로 표시해보자.
1.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가 심함에도 물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이다. ( )
2.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기준금리부터 인하해야 한다. ( )
정답 : 1. O 2. X
확인하고 넘어가기
1. 은행이 고객의 갑작스러운 인출 요구에 응하기 위해 고객의 예금액 중 일부를 떼어내 한국은행에 예치하는 것을 ( ) 제도라고 한다.
2. 은행이 예금 → 대출 → 예금 → 대출을 반복하여 처음 예금액보다 훨씬 많은 통화량이 만들어지는 것을 ( ) 라고 한다.
3. 한국은행이 지폐나 동전을 주조해 시중은행으로 흘려보낸 돈은 ( ) 통화이다. 그리고 이 통화가 예금과 대출을 반복하면서 늘어난 것은 ( ) 통화이다.
4. ( ) 통화는 본원통화와, 은행에 가면 당장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을 더한 통화다.
5. ( ) 통화는 협의통화에다가 만기 2년 미만의 예적금까지 더한 통화량으로, 뉴스에서 통화량이라고 하면 보통 이 통화를 말한다/
6. 한국은행이 본원통화를 1만원 늘렸는데 신용창조를 거쳐 광의통화가 20만원이 되었다면 ( ) 는 20배다.
7. 한 나라의 1년간 총생산물이 1,000억원이고 연평균 통화량이 200억원이면 ( ) 는 5회전 한 것이다.
8. 경기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투자 대신 현금을 보유하려 하는데 이를 ( ) 선호현상이라고 한다.
9.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 ) 이라고 한다. 원인으로는 크게 수요 ( ), 비용 ( ), 통화 ( ) 등을 든다.
10.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거라는 ( ) 가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가 몹시 어려워진다.
11.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돈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보전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는 것을 ( ) 라고 한다.
정답 : 1. 지급준비금 2. 신용창조 3. 본원, 파생 4. 협의 5. 광의 6. 통화승수 7, 통화 유동속도 8. 유동성 9. 인플레이션 10.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11. 인플레이션 헤지
12.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돈 가치의 하락을 막고자 뻔질나게 투자시장을 드나들다 보니 늘어나는 비용은 ( ) 이다.
13. 인플레이션 ( ) 효과는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임금은 시차를 두고 상승하기 때문에 부가 가계에서 기업이나 정부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14. ( ) 은 주식이나 아파트의 평가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것.
15. ( )는 대출한 돈으로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 ( ) 는 고금리로 인해 대출이 줄어들거나 은행 대출을 갚는 것.
16. 단기간에 물가가 엄청나게 치솟는 현상은 ( ) 이다.
17. ( ) 이 일어나면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고 실업이 증가하며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감소와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18.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 ) 이라고 한다. 침체가 더 심해져 만성화가 되면 디프레션 (depression) 이다.
19. 극심한 디플레이션이 빠졌을 때 정부와 중앙은행이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유도하는 것을 ( ) 이라고 한다.
20. 경기침체기에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민간은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상황을 ' ( ) 에 빠졌다'고 한다.
21. 제로금리와 재정지출로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직접 민간의 채권 등을 구매하면서 돈을 푸는 것은 ( ) 정책이다.
22.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엄청나게 뿌린 돈은 물가를 급등시킬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리 금리를 올리거나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 ) 전략이라고 한다.
23. 경기침체임에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태는 ( ) 이다.
정답 : 12. 구두창 13. 조세 14. 부의 효과 15. 레버리지, 디레버리지 16. 하이퍼인플레이션 17. 디플레이션 18. 리세션 19. 리플레이션 20. 유동성 함정 21. 양적완화 22. 출구 23. 스태그플레이션
'책읽기 > 경제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진기의 경제상식 』 5. 경기정책이 힐끔힐끔 (3) | 2025.02.09 |
---|---|
『최진기의 경제상식 』 3. 채권이 뚜벅뚜벅 (0) | 2025.02.03 |
『최진기의 경제상식 』 2. 금리가 들썩들썩 (0) | 2025.02.01 |
『최진기의 경제상식 』 1. 고등학생도 아는 경제상식 다지기 (0) | 2025.01.30 |
『최진기의 경제상식 』 프롤로그 경제공부,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세요 (1) | 2025.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