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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경제공부』 7장

목차

7장 경제법칙

85 생애주기가설 : 왜 안정적으로 소비해야 할까?

86 수요법칙 : 헐 값으로 물건을 팔아도 이득을 볼 수 있을까?

87 공급법칙 : 상품의 가격이 비싸지면 생산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88 균형가격 : 수요와 공급을 교통정리하는 시장의 신호등은?

89 수요의 변동과 수요량의 변동 : 담배 소비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90 수요의 가격탄력성 : 마트의 정육 코너는 왜 안쪽에 있을까?

91 공급의 가격탄력성 : 농부들이 풍년을 싫어한다?

92 가격차별 : 놀이동산의 가격표 구성은 왜 복잡할까?

93 규모의 경제 :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유리해진다?

94 국민소득 삼면등가의 법칙 : 오늘 내가 쓴 돈은 어디로 흘러갈까?

95 필립스 곡선 : 실업과 물가, 왜 동시에 잡기 어려울까?

96 저축의 역설 : 저축을 너무 많이 해도 문제다?

97 샤워실의 바보 : 국가경제의 온도 조절, 왜 실패하기 쉬울까?

98 게임이론 : 눈치 보기 세임이 왜 더 불리할까?

99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 좋아하는 음식은 계속 먹어도 안 질릴까?

100 빈곤의 악순환 : 가난한 나라가 계속 가난해지는 이유는?

경제로 세상 읽기 I : 코로나19와 마스크의 경제학 - 상품의 탄력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경제로 세상 읽기 II : 왜 산유국들은 석유 생산량을 쉽게 낮추지 못할까? - 산유국이 처한 죄수의 딜레마

경제로 세상 읽기 III : 돈이 많을수록 행복할까? - 돈과 행복 사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85 생애주기가설 : 왜 안정적으로 소비해야 할까?

 몇 년 전 사람들의 소비 습관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절약할 수 있을지 알려 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사람들이 불필요한 것을 사면서 낭비하면 'fail (실패)' 을 외쳤다. 예를 들어 월급을 받아 옷을 사고 음식을 사 먹거나 택시를 타는데 거의 모든 돈을 쓰는 직장인은 fail을 받는다.

 그런데 왜 소득이 생기면 그 돈을 다 쓰지 않고 안정적으로 소비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소득 수준이 계속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돈을 많이 벌더라도 장래에 수입이 줄어든다면 미래에는 저축해 놓은 돈이나 연금액으로 생활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의 소득뿐 아니라 전 생애를 고려해 지출하고 저축도 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득과 소비를 경제 모형으로 풀어낸 것이 '생애주기가설' 이다. 1950년대 경제학자 모딜리아니 F.Modigliani 와 안도 A. Ando 는 현재의 소득과 장래에 예상되는 소득 수준에 따라 가계가 소비 수준을 결정한다는 이 가설을 주장했다. 특히 소득이 급격히 줄어드는 은퇴 이후의 소비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틈틈이 저축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프를 볼까. 일반적으로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나마 20대부터 40대에 이를 때까지는 소득이 소비보다 많아 어느 정도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할 수 있다. 그러나 60대 이후부터 퇴직을 하면 소득보다 소비가 많아지는 구간이 생기고, 이때부터는 지금까지 쌓아 놓은 돈으로 생활해야 한다. 사람득ㄹ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평생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지속 가능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생애 주기를 고려해 소비와 저축을 하고, 체계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물론 요즘에는 '파이어족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르게 은퇴하려는 사람)' 이 생기고, n 잡러 시대가 되면서 은퇴 시기와 유형이 달라지고 있다.

 

86 수요법칙 : 헐 값으로 물건을 팔아도 이득을 볼 수 있을까?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폐업 정리를 한다며 속옷이나 양말, 신발, 생활용품 등을 헐값에 파는 가게들이 있다. 바지 한 벌에 5,000원, 심지어 양말 1짝에 100원 할 때도 있다. 이렇게 낮은 값에 상품을 파는데 어떻게 이득이 남는 것일지 궁금해질 것이다.

 사실 폐업 정리는 일종의 상품 판매 전략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가격이 쌀지라도 많이 팔면 이윤이 남는다. 또 사람들은 값이 쌀수록 더 많이 사려고 한다. 가령 티셔츠 한 장에 2만 원일 때보다 1만 원일 때 한 장이라도 더 구매하려 든다. 반대로 3만 원으로 가격을  올리면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처럼 대부분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요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내려갈수록 수요량이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과 수요량이 반비례 또는 역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수요법칙' 이라고 한다.

 수요법칙의 예는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백화점이 바겐세일을 해 상품 가격을 내릴수록 사람들은 많은 양의 물건을 사들인다. 코로나19 이후 강원도에서 감자 농가를 돕기 위해 10kg에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감자를 팔았는데 금세 완판을 기록했다. 이는 모두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들이 수요량을 늘렸기에 일어난 일이다. 

 

 

 수요량과 가격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 그래프에서 세로축에 위치한 가격이 올라갈수록 가로축의 수요량이 줄어든다. 대부분 상품의 가격과 수요량은 반비례의 관계를 보인다. 이 때문에 수요 곡선은 마이너스 (-) 의 기울기를 갖는다.

 

 

87 공급법칙 : 상품의 가격이 비싸지면 생산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학교 축제, 지구과학 동아리에서는 티셔츠를 리폼해서 팔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동아리 부원들은 고민에 맞닥뜨렸다. 티셔츠를 얼마나 만들어 팔지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처음에는 1만 원에 팔자고 합의를 보았지만 재료비 등을 빼면 남는 이익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열 장만 예약을 받고 다른 아이템을 만들어 팔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티셔츠의 예약 주문을 받아 보니 열 벌은 물론이고 값을 올려도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원들은 고민 끝에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예상 가격이 2만원, 3만 원으로 올라갈수록 티셔츠를 더 많이 리폼해서 팔자는 의견이 형성되었다. 가격이 비쌀수록 이윤이 늘어날 거라는 예상에 부원들의 의욕도 높아졌다.

 대부분의 생산자가 위의 예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 상품값이 비쌀수록 생산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 팔고 싶어한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상품 가격이 올라갈수록 생산자들이 생산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생산자가 일정 기간 동안 상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공급이라고 한다. 공급량은 더욱 구체적인 개념으로, 특정한 가격 수준에서 공급자가 판매하기를 원하는 상품의 수량을 의미한다. 만약 동아리 부원들이 1만 원이라는 가격에 열 벌의 티셔츠를 만들어 팔고 싶어한다면 이것이 상품의 공급량이다.

 가격이 올라가면 공급량은 증가한다.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면 공급량은 감소한다. 이처럼 가격과 공급량 사이에서 비례하는 관계가 성립된다. 이를 '공급법칙' 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격과 공급량 사이의 비례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낸 곡석을 공급 곡선이라고 한다.

 

 

88 균형가격 : 수요와 공급을 교통정리하는 시장의 신호등은?

 수많은 차와 행인이 교차하는 횡단보도. 사고나 나지 않으려면 무엇이 꼭 필요할까? 신호등이다. 신호등은 어떤 시점에서 멈추고, 어떤 시점에서 가도 되는지를 알려준다. 덕분에 특별한 명령 없이 자동차도 사람도 서로 엉기거나 부딪히지 않고 질서를 지킬 수 있다. 다양한 상품 시장에서 신호등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균형가격이다.

 가령 학교 축제에서 리폼 티셔츠를 팔려는 공급자인 동아리 부원과, 이를 사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동아리 부원과 소비자가 각각의 가격에 따라 원하는 상품의 수요량과 공급량이 아래의 표와 같다.

가격 가격에 따른
소비자의 티셔츠 수요량
가격에 따른
동아리의 티셔츠 공급량
1만 원 50 10
2만 원 30 30
3만 원 20 40
4만 원 10 50

 

티셔츠가 1만 원일 때는 부원들이 팔고자 하는 양에 비해 소비자가 찾는 티셔츠 수요량이 많다. 이에 공급자는 더 높은 가격에 티셔츠를 팔아도 되겠다는 신호를 받는다. 가격이 올라가면서 티셔츠 공급량은 늘어나지만, 소비자들은 티셔츠를 덜 사야겠다는 신호를 받아 수요량이 준다. 반대로 가격이 3만원일 때에는 소비자가 비싼 가격에 상품을 사지 않으려 하니 동아리 부원들은 가격을 조금씩 내린다. 결국 소비자와 공급자가 원하는 수량이 맞아떨어지는 지점, 2만 원에서 거래가 완벽히 이루어진다.

 이처럼 시장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할 때의 가격을 시장가격, 또는 '균형가격' 이라 한다. 균형가격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거래량을 균형거래량이라고 한다. 일시적으로 가격변화에 따라 시장에는 초과공급이나 초과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다수가 참여하며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균형가격을 찾아가며 가장 적절한 곳에 상품과 자원을 분배된다.

 

89 수요의 변동과 수요량의 변동 : 담배 소비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담배에는 약 4,000여 개의 해로운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각종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흡연에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담배를 끊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게 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금연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 사회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존재한다. 경제학에서는 금연을 위한 사회적 대책으로 크게 두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담배 가격을 비싸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으로 담배 한 갑의 가격이 4.03달러 정도다. 그러나 호주나 뉴질랜드는 담배 가격이 26.73달러, 22.84달러에 달한다. 담배 한 갑을 사면 주머니에서 거의 3만 원의 돈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이렇게 담배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담배 소비를 줄이게 된다. 실제 담배 가격이 10% 오르면 전 세계 흡연자가 4,200만 명 감소하고 담배로 인한 사망자도 1,000만 명 줄어든다는 세계은행의 연구 결과가 존재하기도 한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널리 알려 금연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담배의 부작용을 담은 사진을 담뱃갑에 붙이거나, 금연의 필요성을 알리는 공익 광고를 만들어 방영하는 것이 그 예다.

 흡연을 줄이는 두 가지 방법은 수요량의 변동과 수요의 변동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가격' 을 올려 소비자들의 수요량을 줄이는 것으로, 이를 경제학에서 '수요량의 변동' 이라고 부른다. 공익 광고를 제작하거나 담배의 부작용 사진을 부착하는 방법은 가격이 아니라 다른 요인, 즉 '소비자들의 선호도' 를 떨어뜨려 담배 소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는 '수요의 변동' 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수요량의 변동과 수요의 변동은 단 한 글자 차이지만, 그래프로 그려 보면 다음과 같이 확실한 차이가 있다. 수요량의 변동은 수요 곡선은 그대로고, 수요 곡선 위에서 세로축의 가격 변화에 따라 가로축의 수요량이 변하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수요의 변동은 가격은 똑같지만 수요 곡선 자체가 움직이는 경우를 말한다.

 

 

90 수요의 가격탄력성 : 마트의 정육 코너는 왜 안쪽에 있을까?

 마트에 가보면 상품의 위치가 대부분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트로 들어가는 입구 옆쪽에는 와인을 파는 코너가 보이고, 정육 코너나 생선, 계란을 파는 코너는 마트 안쪽 깊숙이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계산대 바로 옆 코너에는 껌이나 사탕 등 군것질거리를 파는 매대가 자리해 있는 경우가 많다. 왜 이렇게 진열 위치가 비슷할까? 그 안에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라는 비밀이 숨어 있다.

 '수요의 가격탄령성' 이란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량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를 말한다. 가령 군것질거리나 와인 같은 상품은 꼭 필요한 상품이 아니니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고객이 찾지 않는다. 그런데 고기나 생선은 사람들이 꼭 먹어야 하는 것들이라 가격이 변해도 고객들이 사게 된다. 고무공과 쇠공을 똑같은 힘으로 바다에 던졌을 때 위로 튀어 오르는 정도가 다르듯, 가격이 똑같이 변해도 수요량이 반응하는 민감도가 다른 것이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수요의 가격탄령성은 가격이 1% 변할 때 수요량이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경제학에서는 가격탄령성이 1보다 크게 나타나면 탄력적이라고 하고, 반대로 1보다는 작을 때는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상품의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 앞에서 말한 대로 필수품인지 사치품인지에 따라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달라진다. 상품이 필수품일수록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작고, 사치재일 경우 상품의 가격탄력성이 크다.

 또 그 상품을 대신할 수 있는 재화의 존재 여부에 따라 상품의 가격탄력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계란은 가격이 올라도 대체재를 찾기 어렵지만 돼지고기는 가격이 오르면 닭고기나 소고기를 사 먹으면 되니 돼지고기의 수요는 계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탄력적이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기업의 판매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백화점은 가격을 조금만 내려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큰 ) 여성 의류, 운동기구, 명품 잡화 등을 바겐세일한다. 마트의 코너 위치도 비슷하다. 수요가 비탄력적인 고기가 계란 등의 상품은 마트의 안쪽에 위치해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가니 안쪽에 두고, 눈에 띄는 곳에 있어야 사람들이 사는 껌이나 초콜릿, 와인 등 가격탄력성이 큰 상품은 찾기 쉬운 곳에 배치하는 것이다.

 

91 공급의 가격탄력성 : 농부들이 풍년을 싫어한다?

 예로부터 농부들에게 풍년은 축복, 흉년은 불행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마냥 풍년을 반길 수만은 없게 되었다. 풍년으로 멀쩡한 배추나 무 등을 땅에 폐기하는 일까지 생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소비자가 상품의 가격을 바탕으로 구매를 고민하듯 생산자 역시 마찬가지다. 생산자가 가격이 더 올랐을 때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자 한다. 물론 상품의 종류에 따라 대응 반응 속도는 달라진다.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상품은 가격이 올라가면 재빠르게 시장 상황에 반응할 수 있다. 공장을 더 오랫동안 가공하고 노동력을 늘리면 되니까 말이다. 가격이 떨어져도 창고에 물품을 넣어 두어도 되니 공급량을 줄이기도 쉽다.

 이렇게 시장가격에 반응하기 쉬운 공산품에 비해 농산물은 재빠른 대응이 어렵다. 일단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 창고에 넣어 두면 금방 상하니 장기간 보관도 어렵다. 공급량을 단기간에 늘리거나 줄이기가 어려윈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해도 마음대로 공급량을 조절할 수가 없다. 이렇다 보니 배추 풍년이 와서 시장에 너무 많이 풀리면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진다. 농부들은 어쩔 수 없이 멀쩡한 배추를 버리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이처럼 상품 가격이 변할 때 그에 따라 공급량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그 정도를 나타낸 것이 공급의 가격탄력성이다. 보통 가격이 일정하게 변할 때 공급량이 크게 늘거나 줄면 탄력적이라는 말을 붙이고, 가격이 일정하게 변하는데 그에 비해 공급량이 적게 변하면 비탄력적이라 이야기한다. 앞의 예에서 공산품은 농산물에 비해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크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작은 특수한 경우도 있다. 부동산이나 미술품이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은 가격이 올라간다고 해서 짧은 시간 안에 건물을 짓거나 땅을 늘릴 수 없다. 반대로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서 이미 지어진 건물을 없앨 수 없는 노릇이다. 골동품이나 오래된 미술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공급의 가격탄력성은 0에 가깝다. 따라서 수요가 조금만 늘어나도 공급이 따라주지 못해 부동산이나 미술품 가격은 엄청나게 뛴다.

 

92 가격차별 : 놀이동산의 가격표 구성은 왜 복잡할까?

 놀이공원에 가기 위해 티켓을 살 때, 많은 입장객이 고민에 빠진다. 놀이공원의 요금제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 12세 이하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티켓값이 다르고, 주말보다 평일의 티켓값이 더 싸다. 또 평일 저녁 5시 이후 입장을 하면 표가 더 저렴해진다.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어째서 이토록 복잡한 요금제를 두고 손님을 받는 것일까?

 놀이공원 요금제처럼 기업이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소비자의 성격, 시간대 등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매겨 판매하는 것을 '가격차별' 이라고 한다. 여기서 '차별' 이란 흔히 생각하는 부정적인 의미의 사회적 차별이 아니라, 등급이나 수준의 차이를 두어 가격으로 구별한다는 의미다.

 기업이 가격차별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차별을 할 때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가격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와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가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표값이 비싸도 주말에 놀이공원을 갈 수 있다. 놀이공원 입장에서는 그런 소비자에게까지 굳이 가격을 낮추어 팔 필요가 없다. 반면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청소년들은 저렴한 평일에 놀이공원에 가는 것을 선호하겠다.

 놀이공원은 매일 일정한 공원 운영비가 들어간다. 손님이 없어 텅텅 빈 채로 공원을 운영하느니, 주중에 낮은 요금으로 가격에 '민감' 한 손님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놀이공원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기업의 가격차별 상품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차나 비행기 좌석의 주말 요금과 주중 요금, 극장의 조조할인, 패밀리 레스토랑의 런치세트 할인 등도 가격차별에 해당한다. 할인권을 가져오는 손님에게 상품을 싸게 제공하는 전략도 가격차별이다. 할인권을 다운로드 받을 정도로 '가격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 를 끌어들이는 전략에 해당한다.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를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라고 한다. 기업이 가격차별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소비자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기업이나 가격차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업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힘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만약 수백 개의 놀이공원이 존재하고, 농이공원의 서비스가 모두 똑같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중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가면 되니 가격차별을 할 수가 없겠다. 그러나 현실 속 놀이공원의 숫자는 적고 업체마다 조금씩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가격차별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93 규모의 경제 :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유리해진다?

 2019년 개봉한 영화 <어벤저스 : 엔드게임> 의 제작비는 대략 3억 5,600만 달러 (한화 약 4,165억 원) 이었다. 한국에서는 100억 대의 제작비만 들어도 대작으로 평가되는데,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비는 보통 1,000억 원을 훌쩍 넘긴다. 할리우드는 어떻게 영화에 이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을 수 있을까? 미국이 가진 거대한 자본 덕분이기도 하지만,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규모의 경제' 는 기업이 대량으로 생산을 많이 할수록, 평균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서 철도 사업을 시작하려면 전국에 철로를 깔고 역을 만들고 기차를 구매하는 등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일단 기초 시설이 갖춰지면 예전에 비해 큰 규모의 돈이 들어갈 일이 없다. 철로나 기차의 유지·수리 비용 정도만 감당하면 된다. 즉 철도 산업은 산업의 기초를 다지는 처음에 비해 철도 서비스의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이용객에게 철도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평균 비용이 줄어든다.

 할리우드 영화도 마찬가지다.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 초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세트를 만들고 스타 배우를 섭외하는데 큰돈을 들여야 한다. 수많은 상영관을 확보해서 영화를 상영하는 데도 어마어마한 비용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일단 영화가 제작되고 전 세계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한 후에는 들어가는 돈이 줄어든다. 게다가 영화가 흥행하면 초기 비용을 가뿐히 거두어들일 정도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만들어진 영화 하나를 TV나 넷플릭스 등에 유통하면 이익은 더 많이 늘어난다. 초기에 드는 많은 비용을 감수한다면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추가로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엄청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규모가 큰 산업에는 엄청난 초기 비용을 감당할 만큼 덩치가 큰 기업만 뛰어들 수 있다. 따라서 철도나 전기, 자동차 산업 등은 나라에서 세운 커다란 기업이나 대기업 등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94 국민소득 삼면등가의 법칙 : 오늘 내가 쓴 돈은 어디로 흘러갈까?

 여러분이 오늘 하루 동안 쓴 돈을 생각해봅시다. 그 돈은 어디에서부터 흘러 온 것일까? 또 여러분의 손을 거쳐 어디로 흘러갈까? 만약 용돈이라면 부모님이 일해서 벌어들인 월급일 가능성이 크다. 여러분이 오늘 무엇을 샀는지 돌아보면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도 짐작할 수 있다. 제과점에서 빵을 사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샀다면 그 돈은 제빵 회사나 음반 제작사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개인이 상품을 사면 그 돈은 기업 (생산자) 으로 간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아 벌어들인 돈을 직원과 투자자에게 나눠 준다. 이처럼 돈은 돌고 돌며 일정한 흐름으로 순환을 한다.

 가계가 벌어들이는 돈은 결국 기업의 수익 분배에서 비롯된 것이고, 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가계의 소비를 통해 들어온 돈이다. 기업이 노동이나 자본, 토지 등 생산요소를 사서 상품을 만듦으로써 버는 돈을 생산국민소득이라 한다. 기업은 생산국민소득을 얻으면, 이를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근로자에게는 급여를, 돈을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이자를, 토지를 빌려 준 사람에게는 임대료를 나눠준다. 이 돈을 제한 나머지는 기업가에게 이윤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생산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 몫을 나누어 주며 생기는 국민소득을 분배국민소득이라고 한다. 근로자, 투자자, 임대인, 기업가는 자신에게 분배된 몫을 가지고 상품을 구입하는데 쓴다. 개인은 상품을 소비하는데 돈을 쓰고, 기업은 다음 생산을 위해 기계와 설비를 사들이거나 새로운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하는데 쓴다. 이는 최종 생산된 상품에 대한 지출로 나타나며 지출국민소득이라고 한다.

 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생산국민소득 = 분배국민소득 = 지출국민소득' 이라는 식이 성립된다. 이를 '세 가지 측면으로 파악한 국민소득은 결국 모두 똑같은 값' 이라는 의미로 '국민소득 삼면등가 三面等價 의 법칙' 이라 부른다. 바닷물이 전 세계 바다를 순환하듯 국민소득 역시 생산과 분배, 지출의 과정을 통해 돌고 도는 과정을 거치기에 국민경제의 순환이라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국민소득 삼면등가의 법칙이 성립하는 것이다.

 

95 필립스 곡선 : 실업과 물가, 왜 동시에 잡기 어려울까?

 옛 속담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는 말이 있다. 과도한 욕심을 부리며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경우를 빗대어 표현한 속담이다. 국가경제에도 두 마리 토끼가 존재한다. 바로 '물가안정' 과 '고용안정' 이다. 일자리가 풍부해 실업률 걱정 없이 지내면서 물가까지 안정되기는 쉽지 않고, 둘을 함께 잡으려는 욕심은 부작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함께 잡기 힘들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 William Phillips 다. 그는 1861 ~ 1957년 영국의 실업률과 임금 상승률을 조사했는데, 둘 사이에 반비례 (-)의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실업률이 높은 시기에는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어렵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당연히 임금도 올라가기 어렵다. 반대로 실업률이 낮은 시기에는 고용과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져 임금도 올라간다. 필립스의 이론에 따라 후대에 살던 경제학자들이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사이의 관계를 반비례 모양의 그래프로 그렸는데 이를 '필립스 곡선 Phillips curve ' 이라고 부른다.

 필립스 곡선은 중요한 메세지를 전한다. 경기가 나쁠 때는 대체로 물가는 안정되지만 실업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될 때는 실업률은 낮아지지만 물가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긴다. 물가도 안정되면서 실업률도 낮은, 최상의 시기는 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함께 잡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처럼 '물가상승' 과 '실업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필립스 곡선은 보여준다.

 정부는 필립스 곡선이 주는 힌트를 바탕으로, 적절히 시장에 개입해서 과도한 물가상승이나 지나친 실업률 상승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필립스 곡선은 경기안정정책을 펼치는 데 이론적 밑바탕을 제공했지만, 197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 필립스 곡선의 법칙이 깨지는 일이 일어났다. 불황이 계속되어 실업률이 높은데 물가까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업률이 높은데 물가까지 오르는 설상가상의 상황, 스태그플레이션이 온 것이다.

 

96 저축의 역설 : 저축을 너무 많이 해도 문제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에서는 매년 저축을 많이 한 시민을 선정해 '저축왕' 으로 시상한다. 연예인들이 저축왕에 뽑혀 뉴스 기사에 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소비를 줄이고 절약에 은행에 저축하는 행위는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은행은 고객들이 예금한 돈을 기업에 빌려 주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늘린다.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늘려야 국가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것은 분명 합리적인 행동이다. 미래를 대비하려는 노력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라의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에도 과도한 저축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민이 소비 대신 저축에 집중하면 수요가 줄어 기업의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 이는 기업의 매출을 줄어들게 하고, 기업은 생산을 줄이면서 고용한 사람들의 숫자를 줄인다. 고용이 감소하니 버는 돈이 줄어든 사람들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인다. 이 때문에 상품의 수요는 또다시 줄어들며 '수요 감소 -> 기업의 상품 판매 감소 -> 일자리 감소 -> 소득 감소 -> 수요 감소' 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사회는 경기불황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처럼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절약하는 행동이 국가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어렵게 만드는 경우는 '저축의 역설 Paradox of savings ' 이라고 부른다. 저축이나 절약이 합리적 행동임에는 분명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저축의 역설을 처음으로 언급한 이는 경제학자 케인스였다. 그는 전 세계에 불어닥친 1930년대 대공황이라는 경기 침체 당시 영국인들에게 절약 대신 소비를 하라고 강조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선 시대 실학자 박제가도 비슷한 주장을 했었다. 저축 대신 소비를 권한 그는 "물은 우물과 같다. 우물은 물을 퍼내면 물이 가득 차지만 물을 길어내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 고 이야기했다. 우물을 퍼내듯 국민이 소비를 많이 해야 상품이 잘 팔리면서 상공업이 발전하고 나라 경제도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조선시대에 이미 소비와 상공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니,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다.

 

97 샤워실의 바보 : 국가경제의 온도 조절, 왜 실패하기 쉬울까?

 

한 바보가 샤워실에 들어가 물을 틉니다. 생각보다 뜨거운 물이 나오자 깜짝 놀라 찬물 쪽으로 수도꼭지를 돌립니다. 순식간에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뒤 바보는 온수 쪽으로 급히 수도꼭지를 돌리고 뜨거운 물에 몸을 뎁니다.

 

 위의 이야기는 한 경제학자가 국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한 이야기다. 20세기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경기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잘못된 대처 때문에 경기변동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와 같은 '샤워실의 바보'에 비유해 설명했다.

 경제 대공황이라는 어마어마한 경기침체 이후 각국 정부는 이런 일을 다시는 마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가는 경제 분야에 손을 놓지 않고 필요할 때에는 시장에 직접 개입해 왔었다. 이는 찬물과 뜨거운 물 사이에서 물 온도 조절을 하는 일과 비슷하다. 경기가 침체될 기미 (찬물) 가 보이면 시중에 돈을 더 풀거나 금리를 내려 사람들의 소비와 투자를 돕고, 반대로 경기가 과열될 조짐 (따뜻한 물) 이 보이면 시중의 돈을 거두어들이거나 금리를 올려 물가가 올라가는 것을 막는 식이었지요.

 프리드먼은 이런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며 샤워실의 바보 이야기를 꺼냈다. 섣부른 물 온도 조절 때문에 찬물과 뜨거운 물만 뒤집어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경기가 최악으로 나빠졌다가 이제는 나아질 기미가 시작되었는데, 이를 알아채지 못한 정부와 중앙은행이 뒤늦게 경기를 살리는 정책을 실시한다. 뜨거운 물이 이미 공급되기 시작했는데, 빨간색 쪽으로 수도꼭지를 돌린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나치게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듯,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가 좋아지는 것인지 나빠지는 것인지 확실히 알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즉 정부의 잘못된 경기안정화정책 때문에 오히려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의 이야기는 중요한 메세지를 전한다. 샤워실에서 조심스럽게 적당한 온도를 찾아가듯 정부도 시장에 개입할 때 극도로 조심해야 하며, 되도록 개입을 많이 하지 말고 최소한으로 줄여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98 게임이론 : 눈치 보기 세임이 왜 더 불리할까?

 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오수와 미수가 체포되었다. 범죄행위로 보면 징역 1년이 예상되지만 더 큰 형벌을 받을 만한 추가 범죄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용의자들의 자백이 필요하다. 과연 어떻게 자백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미국의 천재 수학자였던 존 내시 John Nash 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공범이 자백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먼저 오수와 미수 둘을 각기 다른 방에 가두고 다음 제안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를 1년간 감옥에 보낼 수 있다. 네가 먼저 추가 자백하면 너는 수사에 협조했읜 풀려날 수 있다. 그러면 네 친구는 혼자 10년 형을 받는다. 그렇지만 너희 둘 모두 자백을 한다면 둘 다 5년씩 감옥에 있게 된다. "

 만약 여러분이 오수와 미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둘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오수는 '미수가 만약 먼저 자백하면 나만 10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나?' 란 생각이 든다. 미수 역시 같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상대가 자백할지, 침묵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하다 오수와 미수는 모두 자백을 하고 만다. 둘 다 끝까지 침묵했더라면 1년 형을 받고 끝났을텐데, 각자 자신의 방에 갇혀 있읜 협조 관계를 유지하기도, 가장 유리한 전략을 선택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수와 미수는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서로 협력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결국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죄수의 딜레마' 는 게임이론이라는 의사결정 이론의 대표적인 예시다. 게임이론은 경쟁 상황에서 상대방의 결정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칠 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는 이론이다.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상대가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다룬 이론이다. 과점기업의 전략이나 국가 간 경제 전략에도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보상이나 결과가 달라지기에 이 게임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99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 좋아하는 음식은 계속 먹어도 안 질릴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중 하나는 '얻어먹는 라면' 일 것이다. 옆에서 누군가 끓여 먹는 라면을 한 입만 얻어먹을 때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 내친 김에 라면을 끓여 먹지만, 한 입만큼의 감동을 느끼기 어렵다. 물론 맛있기는 하지만 첫 한 입만큼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한계란 '한계 Limit ' 의 뜻이 아니라 '추가적인 Marginal ' 이라는 뜻이다. 즉 한 입, 한 그릇 등 추가로 소비하는 음식이나 물건 1단위를 말한다. 효용은 사람들이 소비 생활에서 얻는 주관적 만족도를 수치로 표현하는 개념이다. 물론 같은 재화를 소비하더라도 사람의 취향에 따라 효용은 다르다.

 한계효용이란 마지막으로 추가된 1단위의 소비량에 소비자가 느낀 만족감을 말한다. 얻어먹은 첫 한 입의 만족도를 100이라고 한다면, 그 다음 라면을 끓여 먹고 느낀 만족도는 그것보다 줄어든다. 이를 70이라고 해보면 두 번째 끓여 먹은 라면의 만족도는 그보다 더 줄어들어 30이라고 가정한다면 세 번째 라면은 아예 먹다가 배가 너무 불러서 만족도가 -10을 기록할 것이다.

 이제 이 사람은 라면을 먹으며 느낀 만족감을 모두 더하면 총합은 190 { 100+70+30+(-10) } 이 된다. 만족감의 총합이 늘어나긴 했지만 라면 한 그릇, 한 그릇이 주는 순간적인 만족감은 100, 70, 30, -10 으로 점차 줄었음을 알 수 있다. 급기야 마지막 라면이 주는 만족감은 -10이 되어 버려 앞에서 쌓은 만족감의 총합을 깎아 먹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라면을 몇 그릇 먹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차라리 라면 두 그릇째에서 소비를 멈췄다면 만족감은 200으로 최대였겠다.

 이처럼 한 재화의 소비량이 일정한 단위를 넘어서면 그 추가적인 만족감이 줄어드는 것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이라고 한다. 갖고 싶었던 물건을 손에 넣으면, 그 날은 즐겁고 신이 나지만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지나고 나면 만족감과 행복이 줄어든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거나 놀이동산에 가면 신기하고 재밌지만, 그 역시 여러 번 반복되면 추가로 느끼는 만족도가 떨어진다. 모두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례다.

 

100 빈곤의 악순환 : 가난한 나라가 계속 가난해지는 이유는?

 다이아몬드와 금, 티타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세계 인구의 15% 가량이 거주하는 아프리카 대륙, 주어진 자원은 넘치지만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빈곤시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나라들은 세계에서 높은 극빈층 비율을 보인다.

 그 나라들을 돕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아프리카에 1조 달러 이상의 경제 원조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는 몇 십 년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의 경제학자 라그나르 넉시 Ragnar Nurkse 는 가난한 나라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빈곤의 악순환' 은 후진국이나 저개발국이 성장에 투자할 자본이 부족해서 가난해지고, 가난 때문에 또 다시 자본이 만들어지지 않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빈곤이 되풀이하는 과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저개발국가는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생산능력이 떨어져서 소득이 적고, 소득이 적다 보니 국민이 저축할 만한 돈도, 충분히 소비할 돈도 부족하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의 영양상태와 건강이 좋지 않다 보니 빈곤이 다시 이어진다. 교육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육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저개발국가에서는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만한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또 다시 생산성이 낮거나 형편없는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빈곤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개발국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넉시는 이를 위해서 국가가 모든 산업에 골고루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산업 부문에 투자해야 새로운 시장이 생기고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반대의 의견을 제시한 학자도 있었는데, 터널효과를 이야기한 앨버트 허쉬먼이다. 그는 빈곤한 국가는 모든 산업 부문에 충분히 투자를 할 만한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두 개의 산업이나 대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시대별로 산업을 선정해 이를 위주로 경제발전을 실시했고 그 결과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났다.

 

경제로 세상 읽기 I : 코로나19와 마스크의 경제학 - 상품의 탄력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2020년, 가장 크게 화제가 된 상품은 무엇일까? 바로 마스크다. 코로나19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자, 약국에서 마스크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이가 마스크를 찾았지만 시장에 나온 상품이 턱엇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자 마스크 생산업체는 부랴부랴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말 659만 장 정도였던 일일 마스크 생산량이 2월 중순에는 1223만 장까지 늘어났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그로 인해 코로나19 이전 500원 이하에서 거래되던 미세먼지 마스크가 2020년 2월에는 개당 3,000원, 4,000원 이상에 팔렸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마스크 구입을 멈출 수 없었다. 이제 마스크는 전염병 예방에 필수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필수품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수요량이 크게 변하지 않는 상품이다. 쌀이나 휴지처럼 마스크도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작은 필수품이 된 것이다.

 더욱이 마스크 생산업체도 빠르게 생산량을 늘릴 수 없었다. 짧은 시간에 생산량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을 만큼 생산 시설이나 설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마스크는 공급의 가격탄력성 역시 작은 상품이 되었다.

 수요와 공급이 모두 비탄력적이면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이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치솟기 쉽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마스크 5부제로 수요를 먼저 안정시키고 공급량을 늘리는 방향을 찾았다. 시간이 지나자 점차 마스크 생산 공장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라 공급량도 충분히 늘어났고, 마스크 가격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정부의 마스크 5부제도 두 달 정도 시행되었다가 끝났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두고 벌어진 일도 수요·공급의 가격탄력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경제로 세상 읽기 II : 왜 산유국들은 석유 생산량을 쉽게 낮추지 못할까? - 산유국이 처한 죄수의 딜레마

 2020년 4월, 유가 (석유가격) 전쟁이 일어났다. 석유를 생산하는 나라 중 규모가 큰 국가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줄이는데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유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가가 올라가야 이득이다. 그런데 어떻게 유가를 올릴 수 있을까? 산유국들이 모여 모두 석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하면 가능하다. 석유 생산량이 줄어들면 석유가 귀해지니 가격이 오를 것이고, 이것이 산유국 전체에게는 이득이다. 얼핏 생각하면 간단한 일로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생산량 합의를 앞둔 산유국들은 죄수의 딜레마를 마주하기 떄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줄일 때 러시아가 혼자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러시아 혼자 오른 가격으로 과거의 물량만큼 석유를 팔 수 있으니 이득이다. 반대로 러시아 혼자 생산량을 줄인다면 자신은 석유를 예전보다 팔지 못하고, 심지어 낮은 값으로 석유를 팔아야 한다.

 결국 산유국은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하든지 석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편이 최선인 상황에 처한다. 이런 상황은 모두 산유국이 처한 딜레마다.

 유가 전쟁 당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하지 못해 2019년 약 70달러 가까이 하던 가격은 결국 2020년 4월 20달러 아래까지 곤두박질쳤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마지막에 극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유가가 다시 오르기는 했지만 석유 가격은 다른 산유국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조절이 여전히 쉽지 않다.

 산유국들의 처지는 죄수의 딜레마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다른 산유국들은 다른 석유 생산 국가들이 석유 생산량을 어떻게 할지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펴본다. 상대방의 결정이 자신들의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로 세상 읽기 III : 돈이 많을수록 행복할까? - 돈과 행복 사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10억 주면 1년 정도 교도소에 다녀오겠는가?" 란 질문에 당신이라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2018년 법률소비자연맹이 '법의 날' 을 맞아 3656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51%가 '그렇게 하겠다' 고 답해서 화재가 되었다.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상위의 가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돈이 많으면 좋은 집에 살 수 있고, 병원에 가도 걱정이 적으며, 더 좋은 옷과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돈이 많을수록 우리는 행복해질까? '네', '아니오' 라고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Angus Stewart Deaton 은 2010년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를 연구한 적이 있다. 그는 미국 전역에서 45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소득과 삶의 행복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인 생각대로 소득이 높아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봉이 2,000만 원일 때보다 3,000만 원일 때, 3,000만 원보다 4,000만 원일 때 돈의 액수와 비례해 행복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행복감의 증가는 대체로 연봉 7만 5,000달러 (한국 돈으로 9,065만 원) 정도가 되자 멈추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행복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2016년 국내 최초로 소득과 삶의 만족도 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 1인 가구의 경우 연간 소득 약 8,800만 원까지는 삶의 만족도가 증가했지만 이 수준을 넘어서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만족감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됨을 알려 준다. 즉 소득이 낮은 상테에서 돈을 더 벌게 되면 처음에는 주관적인 만족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예를 들어 수입이 하나도 없던 가난한 사람이 100만 원을 벌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게 되니 추가되는 만족감이 크다. 그렇지만 원래 수입이 1억 원인 사람이 100만 원을 더 벌어 소득이 1억 100만 원이 되면, 소득이 0원에서 100만 원으로 올라간 사람보다 추가적인 만족도가 작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사람은 어느 수준까지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기본적인 생활 욕구를 채울 수 있기에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게 되면 그 후로는 행복이 돈 이외의 다른 요소, 이를테면 사회적 지위나 명예 등 새로운 요소에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디턴의 연구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해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