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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경제책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경제공부』 2장

목차

2장 경제현상

14 밴드왜건 효과 : 왜 상품 판매에 SNS 입소문이 중요할까?

15 스노브 효과 : 고고한 백려가 소비하는 방법은?

16 콩코드의 오류 : 손해를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17 경기순환 : 국가경제에도 바이오리듬이 있을까?

18 인프레이션 : 자장면 가격은 왜 오르기만 할까?

19 디플레이션 :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왜 공포일까?

20 스태그플레이션 : 엎친 데 덮친 격, 가장 위험한 경제 상황은?

21 넛지 효과 : 슬쩍 찔러보니 나타나는 의외의 효과는?

22 시장실패 :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23 정부실패 " 정부는 만능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24 젠트리피케이션: 핫한 동네가 떳다가 금방 지는 이유는?

25 도덕적 해이 :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 왜 안전 운전에 소홀해지기 쉬울까?

26 지역경제블록 : 가까운 나라끼리 경제적으로 힘을 합치면?

27 공유지의 비극 : 주인이 없는 목초지에서 무슨 일이 생길까?

경제로 세상읽기I : 석유부자였던 베네수엘라 국민은 왜 살기 힘들어졌을까 - 초인플레이션

경제로 세상읽기II :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는 가정, 맞는 것일까? - 행동경제학

 

14 밴드왜건 효과 : 왜 상품 판매에 SNS 입소문이 중요할까?

대통령 선거가 있던 1848년 미국,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라는 후보가 있었다. 효과적인 선거 유세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열성 팬이었던 서커스 광대 댄 라이스 Dan Rice가 훌륭한 아이디어를 낸다. 서머스 행렬 맨 앞에서 신나는 연주를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밴드왜건 (악대차)을 유세에 이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의 의견대로 악대차에 테일러를 태우고 요란한 연주로 시선을 끌자, 사람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뒤를 졸졸 따라오며 선거 유세를 들었다. 성공적인 홍보로 테일러는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것이 19세기 미국에서만 통하는 일이었을까?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악대차를 졸졸 따라가듯 별다른 생각 없이 다수를 따라 행동할 때가 많다. 상품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속담처럼, 큰 고민 없이 남들이 사는 상품을 따라 사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이나 주관 없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유행을 좇아 상품을 사는 현생을 '밴드외건 효과 band wagon effect ' 라고 한다. 타인을 따라 함으로써 이뤄지는 소비를 악대차를 따라가는 현상에 비유한 것이다. 우리말로는 모방소비, 또는 '남이 타고 가는 차를 편하게 얻어 탄다'는 뜻의 편승효과 便乘效果 라 부르기도 한다.

 '허니버터칩 대란'을 기억하는가? 당시 짭짜름한 맛과 달콤함을 더한 새로운 감자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맛도 맛이었지만, '남이 맛있다고 하니 나도 한 번 먹어 본다'는 대중의 심리가 한몫했다. 이 외에도 2010년 '등골 브레이커'라 불리던 N사의 패딩 점퍼와 롱패딩, 많은 사람이 들고 다녀 3초 백이라 불리던 명품백도 밴드왜건 효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밴드왜건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SNS나 유튜브를 보고 유행이라고 소문이 난 상품을 따라 사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최근 수많은 기업이 SNS에서 상품이 유행하도록 유도하는 바이럴 마케팅 viral marketing 을 펼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나'의 개인적 필요에 맞지 않는 쓸데없는 물건을 사서 후회하는 일도 생긴다. 상품이 내 취향에 맞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따져 보고 소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15 스노브 효과 : 고고한 백로가 소비하는 방법은?

 영화 <미나리>로 세계적인 영화제의 여우조연상을 휩쓴 윤여정 배우. 그녀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 소감에서 '스노비쉬 snobbish' 라는 말을 사용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고상한 척하는', '젠체하는' 뜻의 이 단어는 듣는 이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스노비쉬의 명사형 단어인 스노브snob는 고상한 척하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을 뽑내는 속물을 일컫는다. 이 단어와 관련된 경제현상이 존재한다. 스노브 효과 Snob effect 라는 것이다.

 '스노브 효과'는 '난 남들과 달라' 라는 생각에 나만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싶어 사람이 많이 사는 제품을 일부로 사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말에 "까마귀 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라는 속담이 있다. 고고한 백로의 이미지에서 이름을 따와서 스노브 효과를 백로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노브 효과는 돈 많은 상류층의 소비에서 두드러진다. 부자들은 다른 계층과는 다른, 자신들의 우월성과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소비를 즐긴다.

 스노브 효과는 밴드왜건 효과와 정반대에 위치한다. 밴드왜건 효과가 '남을 따라서' 물건을 사는 효과라면, 스노브 효과는 일부로 '남들이 사지 않는' 상품을 찾아 구매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타인을 의식해서 이뤄지는 소비라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스노브 효과를 이용해 속임수를 써 한몫 벌어들이려는 이들도 있다. 2000년대 중반 한 시계 회사가 '유럽 왕족들이 쓰는 시계' 라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시계는 원가가 몇 만원에 불과한 가짜였다. 스노브 효과를 노린 속임수에 많은 사람이 현혹된 것이다.

 최근에 기업들이 내놓는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 역시 스노브 효과와 관련이 깊다. 가령 S사는 명품 브랜드와 합작해 한정판 스마트폰을 내놨습니다. 스타벅스의 다이어리는 한정된 수량만 팔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끈다. 소수만 누릴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면서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것을 소비했다는 만족감을 얻는다. 이처럼 상품 판매 전략에는 스노브 효과가 자주 이용된다.

 

16 콩코드의 오류 : 손해를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일반 비행기보다 속도가 두 배가량 빠른 초음속 비행기를 알고 있는가? 프랑스와 영국이 합작해서 만든 '콩코드Concorde' 라는 초음속 비행기가 있었다. 1969년부터 손님을 태우고 상업 운행도 했었다. 그렇지만 연구 개발 단계부터 이미 소음, 낮은 수익과 높은 연료비 등으로 초음속 비행기가 경제성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터였다. 적자를 알면서도 두 나라 정부는 투자를 계속했다. 지금껏 연구 개발에 쓴 막대한 비용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콩코드 여객기는 30년 가까이 운행되었지만 적자가 점차 쌓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0년에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출발한 콩코드 여객기가 이륙한 지 채 2분도 안돼 추락해, 탑승객 109명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막대한 손해에 엄청난 사고까지 일으킨 콩코드 여객기는 2003년 결국 운항을 중지했다.

 적자가 확실시된 시점에 영국과 프랑스가 콩코드 여객기의 운행을 중단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토록 피해가 커지지 않았을 텐데 이처럼 큰 손실이 예상돼도 지금까지 들인 투자 비용이 아까워서 잘못된 선택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콩코드의 오류 Concorde fallacy' 라 부른다.

 콩코드의 오류는 매몰비용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다. 매몰비용은 이미 지불하여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엎질러진 물에 비유할 수 있다. 엎질러진 물처럼 주워 담을 수 없으며, 주워 담으려는 노력 자체가 무의미하다. 경제학에서는 매물비용을 되돌려 받으려는 행동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이 매몰비용과 앞으로 들어갈 비용을 혼동해서 잘못된 선택을 한다. 음식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뷔페를 생각해보자. 뷔페에 들어갈 때 낸 입장료가 아까워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꾸역꾸역 먹다가 오히려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뷔페에 돈을 내고 들어간 이후부터 입장료는 어차피 매물비용이니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미 잃은 본전 생각이 나서 도박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들과 비슷하다. 이렇게 매몰비용에 집착해서 앞으로의 행동을 정하다 보면,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17 경기순환 : 국가경제에도 바이오리듬이 있을까?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났다.신문에는 '경기침체 우려', '코로나, 경기침체로 이어지나' 등의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다. 경기침체나 경기호황은 경제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다. 그런데 경기란 대체 무엇일까?

 경기 景氣 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면 '경제활동의 기운' 을 말한다. 즉 국가경제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활발한 수준을 뜻한다. 사람의 바이오리듬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는 것처럼 개인과 기업의 소비나 생산, 투자 등 경제활동도 움직임이 활발할 때가 있고 침체될 때가 있는데, 이를 경기라는 말로 표현한 것이다.

바이오리듬이 늘 나쁘거나 좋지 않듯, 국가경제의 활동 수준도 활기를 띠는 시기와 침체시기를 거치며 일정한 흐름을 탄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경기순환'이라고 표현한다.

 다음 그래프는 경기의 변동을 잘 보여 준다. 호황기는 생산, 투자, 소비, 고용 등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해지는 시기다. 호황기를 지난 후 생산, 투자, 고용의 움직임이 점차 위축되는 시기가 오는데 이를 후퇴기라고 한다. 불황기는 모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시기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비와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가장 나쁜 시기를 거치고 나면 다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회복기가 온다. 경기는 이처럼 '호황기 -> 후퇴기 -> 불황기 -> 회복기'의 흐름을 반복하며 돌고 돈다.

 호황기에도 불황기에도 나름의 문제가 존재한다. 호황기에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활발해 고용은 잘 이뤄지지만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박적으로 물가가 올라가기 쉽다. 반면 불황기에는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물건이 팔리지 않아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나고 직장을 잃는 사람도 늘어난다.

 경기 순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호황기나 불황기의 흐름을 완전히 막을수는 없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심각한 수준에 달하면 나라 경제에 커다란 위기가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경제 상태가 경기순환의 어떤 지점에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통해 경기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18 인플레이션

 1920년대 독일의 어린이들이 화폐를 가지고 노는 사진을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돈을 가지고 블록 쌓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여줍니다. 어마어마한 부잣집 자녀들일까? 왜 이렇게 귀한 돈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걸까? 이는 당시 독일에서 돈의 가치가 얼마나 형편 없었는지 말해준다. 심지어 돈을 휴지 대신 쓰거나 감자 한 봉지를 사기 위해 돈을 수레에 식고 가기도 했다. 돈의 가치는 바닥에 떨어졌지만 감자나 빵 같은 상품의 가치는 하늘로 치솟았다.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자본주의 경제에는 상품의 가치가 올라가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현재 한 그릇에 5,000원 하는 자장면이 30여 년 전인 1988년에는 고작 793원이었습니다. 비단 자장면뿐 아니라 거의 모든 상품의 가격이 30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이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 inflation ' 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은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나라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소득도 올라간다. 주머니가 두둑하니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고, 이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비싸진다.

 물가상승이라는 말을 뒤집으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의 개수가 줄어든다' 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령 1988넌 5,000원이라는 돈은 자장면을 약 6그릇 정도 사 먹을 수 있는 가치에 해당했지만, 현재는 자장면 1그릇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심각할 때는 사회의 부와 소득이 불공평하게 재분배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건의 가치가 올라가니 집이나 땅, 금 등 값나가는 상품을 가진 사람들이 유리해지고, 현금을 가진 사람이나 봉급생활자와 같은 서민은 가진 돈으로 비싸진 상품을 사야 하니 불리해진다.

 인플레이션은 국가의 경제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사람들은 은행에 저축을 해봤자 손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저축보다는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한다. 저축이 줄어드니 은행이 기업에 빌려줄 수 있는 돈도 줄어들고, 이 때문에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줄어들어 국가의 경제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불리해지기도 한다. 국내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해외로 수출되어 팔릴 떄의 가격이 비싸져 인기가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싼 해외 수입품의 인기가 올라간다.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어나면 무역 적자 (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경우 )가 나타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심한 수준으로 나타나면 나라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19 디플레이션 :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왜 공포일까?

 1990년대 초 일본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과 1년 전까지 거침없이 오르던 부동산 가격이 갑작스레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1989~1992년 3년 동안 일본의 땅값은 50% 이상 하락했다. 1990년대 말에는 소비자들이 사는 물건의 가격도 내려가기 시작했다. 땅값도 물건값도 절반 이상 낮아졌으니 일본 국민이 좋아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본 정부와 국민은 깊은 근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0년 일본의 상황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디플레이션 deflation' 이라고 한다. 풍선에서 '바람을 빼다', '팽창을 수축시키다' 라는 뜻의 동사 디플레이트 Deflate 에서 비롯된 말이다. 인플레이션이 '부풀리다' , '과장하다', '올리다' 라는 뜻의 인플레이트 Inflate에서 왔으니 완전히 상반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나라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되고 국민소득이 줄어들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나쁘면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를 줄인다. 이 과정에서 물가가 떨어진다. 팔리지 않은 상품이 쌓여가고 이윤이 줄어듼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일자리를 줄인다. 자연히 사람들은 소비를 더욱 줄인다. 기업에는 팔리지 않은 상품이 또 다시 쌓이고, 물가는 더욱 떨어진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거치며 경기는 더욱 나빠진다. 보통 경기가 가장 나쁜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더 큰 공포의 상황으로 여긴다.

 디플레이션이 올 정도로 경기가 나빠지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까?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는 몸에 피기 잘 돌지 않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피가 부족하면 몸 전체의 기능을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것처럼, 돈이 부족하면 국가 전체의 경제가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사고나 수술 또는 질환 때문에 환자의 몸에 피가 모자라면 병원에서 환자에게 수혈을 하듯, 중앙은행이나 정부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 (통화량) 을 늘리는 정책을 실시한다. 덕분에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도 투자와 생산을 늘리고 다시 물가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물론 국가가 돈을 풀 때는 부작용으로 물가가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조심스럽게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이 요구되야 한다.

 

20 스태그플레이션 : 엎친 데 덮친 격, 가장 위험한 경제 상황은?

1970년대 초반 전 세계 경제에 위험 경보가 울렸습니다. 대부분 국가의 경제상황이 한꺼번에 심각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산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며 소득까지 줄어들었다. 게다가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상품의 가격까지 비싸졌다. 우리나라도 1973년 3.5%였던 물가상승률이 1974년에는 24.8%로 수직상승했다.

 한마디로 일자리를 잃었는데 물가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좋지 못한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상황을 보통 '엎친 데 덮친 격' 또는 설상가상 雪上加霜 이라고 하는데 딱 그 짝이었다. 이를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이라고 한다. 국가경제에 나타나는 두 가지 나쁜 상황이 있는데, 물가가 올라가는 것과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이 두 가지, 즉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과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 stagnation 이 합쳐진 것이다.

 1970년대 이전만 해도 경제학자들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라는 두 가지 나쁜 상황이 한꺼번에 나타날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대체로 경기가 나쁠 때에는 소비와 생산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소득 수준도 높지 않으니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때는 물가는 올라가도 생산이 잘 이루어지니 일자리가 풍부해서 실업문제가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믿음을 깨뜨린 최악의 상황, 스태그플레이션이 1970년에 등장한 것이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석윳값을 올려 석유로 만든 상품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라갔는데, 경기까지 나빠져 전 세계 경제 상황에 빨간 불이 켜졌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뚜렷하고 명쾌한 대책이 없어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물가와 실업문제가 한 가지씩 나타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발생하니, 어느 한 쪽의 해결에만 함부로 힘을 쓸 수 없다. 뾰족한 문제 해결 방법이 없기에 스태그플레이션은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21 넛지 효과 : 슬쩍 찔러보니 나타나는 의외의 효과는?

스웨덴 스톡홀름 지하철역에는 피아노 계단이 있다. 사람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피아노를 칠 때처럼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어째서 계단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사람들이 호기심에 이끌려 피아노 계단을 이용하면, 옆에 있는 에스켈레이터를 이용하지 않으니 전기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계단을 이용하시오' 라는 직접적인 명령 없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계단으로 향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처럼 명령이나 지시없이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넛지효과 nudge effect ' 라고 한다. '넛지' 라는 말에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라는 뜻이 있다. 강요가 아니라 은근하고 유연한 접근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리처드 탈러 RichardH.Thaler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 Cass R. Sunstein의 공저인 『넛지 Nudge』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행동경제학이란 심리학과 사회학 등을 활용해 인간의 행동과 결과를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존재하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에 반기를 든다.

 넛지 효과의 예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불법으로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장소에 설치하는 볼록거울 ( 일명 양심 거울 ) 도 그중 하나다.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던 사람들이 볼록거울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하던 행동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현장에 CCTV를 설치하는 것보다 강제성과 규제성은 적으면서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낸다는 장점이 있다.

 넛지 효과는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그동안 경제학에서는 긍정적인 행동을 많이 하면 경제적 이득을 주고, 부정적인 행동을 하면 경제적 손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어왔다. 이를 경제적 유인 incentive 라고 부른다. 학급에서 지각비를 걷어 학생들의 지각을 줄이거나, 근로자에게 보너스를 지급해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넛지 효과는 어떤 선택을 강제로 지시하지 않고, 경제적 유인을 쓰지 않고도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22 시장실패 :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CEO'라는 별명을 얻은 경영자가 있다. 전직 펀드 매니저였던 마틴 슈크렐리 Martin Shkreli 라는 사람이 그 주인공이다. 슈크렐리는 '튜링' 이라는 작은 회사를 설립한 후 에이즈 환자들이 먹는 치료제인 다라프림 Daraprim약의 특허권을 사들였습니다. 그러고는 그 값을 무려 55배나 올렸다. 생산 원가가 1달러인 다라프림은 전 세계 에이즈 환자들이 매일 먹어야 하는 약으로 원래는 13.5달러 ( 당시 가격 약 1만 6,000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슈크렐리 때문에 하루아침에 약값이 750달러 ( 약 90만원 ) 가 된 것이다. 슈크렐리는 각종 의료협회와 에이즈환자들에게 비열하고 치사한 경영인이라는 비난을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정한 가격을 그대로 지켰다.

 그런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약값이 55배나 오를 수 있었을까? 시장에 다라프림을 공급하는 기업이 튜링, 단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튜링은 생산량이나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믿어왔다. 국가나 정부가 손대지 않아도 경제 분야에는 시장 나름의 힘이 작용해서 경제가 절로 잘 굴러간다는 믿음이었다. 시장이 완전히 경쟁 상태에서 운영된다면 소비자와 생산자의 자연스러운 경제활동 속에서 약값이 적절한 가격에 형성될 것이다. 누군가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가격을 통해 가장 필요한 이에게 가장 적절한 양으로 자원이 배분되는 것이다. 이를 '자원의 최적 배분' 이라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자유로운 경쟁과 질서 속에서 경제의 많은 문제를 시장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고, 정부 역시 당시 경제에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겪어보니 시장에도 한계가 있었다. 다라프림의 경우처럼 하나의 시장에 독점기업이 존재하면, 상품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양보다 적게 만들어져 높은 가격에 팔린다. 또 공장의 폐수나 자동차의 배기가스처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오염 물질도 생긴다. 반대로 무료 공원이나 가로등은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득이 되지 않으니 시장에서 필요한 양만큼 생산되지 않는다. 이처럼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해 실패한 상태를 '시장실패' 라고 한다.

 

23 정부실패 " 정부는 만능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뉴요커' 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세련되고 화려한 이미지로 유명한 미국 뉴욕. 그러나 이 대도시에도 낡고 방치된 건물이 즐비한 슬럼 지역이 존재한다. 이런 슬럼화에는 뉴욕의 임대료 규제 정책이라는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뉴옥에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옥시에서는 일부 주택의 임대료를 일정 한도 내에서만 올리도록 규재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더불어 세입자를 쉽게 내보내지 못하도록 규정도 만들었다. 처음에는 세입자를 위한 정책이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낮은 임대료 때문에 제대로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진 건물주들은 부동산을 관리할 의욕을 잃었다. 오히려 아파트가 망가지도록 방치해 세입자들이 스스로 떠나도록 하거나 부동산을 아예 포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뉴욕에는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가 방치되는 일이 많아졌고, 해당 지역의 위생과 치안 수준이 나빠졌다.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시작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도시 슬럼화라는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모든 일을 시장에 맡겨 온 결과, 독과점기업이 탄생하거나 공공재가 부족해지고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등 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시장실패가 일어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더 들어가거나, 자원이 꼭 필요한 곳에 배분되지 못하는 부작용도 생겼다. 이처럼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거나 새로운 문제를 불어일으키는 상황을 '정부실패' 라고 한다.

 정부실패, 왜 생길까? 일단 정부 역시 완벽하게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도 사람이 운영하는 만큼, 제한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미래를 부정확하게 예측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이나 가계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모든 정보를 확보할 수는 없고 또 확보한 정보가 완벽하다고도 할 수 없다. 제한된 정보로 국민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실수가 생길 수 있다.

 정부에서 일하는 관료들의 부정부패나 무능력으로 정부실패가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의 자원을 개발하는 사업을 벌여왔지만 부실한 정유 시설을 사들이거나 사업 실적이 엉망인 곳과 계약하며 손해를 입는 문제가 생겼다. 결국 정부의 무능력한 자원개발로 나랏돈만 나가는 결과를 불어일으켰다. 이 역시 정부실패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24 젠트리피케이션: 핫한 동네가 떳다가 금방 지는 이유는?

런던 서부에 위치한 첼시와 햄스테드. 원래 허름하고 낡은 집들이 가득 차 노동자 계층이 살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동네에 잘 차려입은 중산층이 들어와 지내기 시작한다. 이곳은 점차 우아한 저택 지역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집값과 임대료가 급격히 비싸졌다. 결과적으로 원래 이곳에 살던 지역 주민들은 더 싼 주거 지역을 찾아 멀리 떠났고, 집값뿐 아니라 동내 모습과 특성 자체가 바뀌었다.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 Ruth Glass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 그녀는 1964년 자신의 저서 런던 : 변화의 양상』에서 첼시와 햄스테드에 나타난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이라 이름을 붙였다. 젠트리 gentry 란16세기부터 영국에 존재했던 토지 소유가, 법률가, 대상인 등 부유했던 중산층 계급을 일컫는 말이다. 즉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원래 중하류층이 살던 낙후된 지역에 경제적으로 활기가 생기고 주민들의 평균 소득이 높아지면서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가고 중산층 계급이 사는 곳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1960년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지금은 경리단길로 유명한 이태원동의 회나무로. 2010년대 초반부터 젊은 차업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담은 커피숍이나 옷가게 등을 차리면서 대표적인 상업지역으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땅값이 올라갔고, 건물 주인들은 가게의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원래 주민들은 이곳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현제 경리단길에는 폐점을 하거나 빈 점포가 늘어났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역이 활기를 잃은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지면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주민들의 평균 소득도 높아진다. 상업지역이 만들어지면서 지역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오나거 임대료가 지나치게 올라 원래 살던 주민과 지역의 문화적 분위기를 만들어 온 예술가와 상인들이 쫓겨나면서 그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과 개성을 잃는 일도 생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리단길뿐 아니라 신사동의 가로수길, 망리단 길 등 이른바 '젊은이들의 핫한 거리' 로 떠올랐던 거리나 골목이 비슷한 과정을 겪으면서 상권이 오히려 쇠퇘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 젠트리피케이션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25 도덕적 해이 :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 왜 안전 운전에 소홀해지기 쉬울까?

경필이 아버지는 안전 운전을 위해 노력하는 운전자였다. 주변 차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교통신호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이후 행동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사고가 나면 많은 금액을 보장해 주는 보험을 든 후 아버지는 예전보다 안전 운전에 소홀해졌다. 사고가 나도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이 나오니 손해가 날 일은 없겠다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물론 보험회사에서는 경필이 아버지의 행동을 감시할 수 없으니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이런 현상은 운전자보험뿐 아니라 화재보험이나 생명보험 가입자에게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원래 화재사고나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던 사람들이 보험을 가입한 이후로는 사고 예빙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와 가입자가 일단 계약을 맺고 나면 보험 가입자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알지만, 보험사는 가입자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지 못한다. 한쪽(가입자)은 정보가 많고 한쪽(보험회사)은 정보가 적은 정보의 불균형이 일어난다. 자신의 행동을 알고 있는 가입자는 보험을 믿고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반면, 정보가 부족한 보험사는 해이해진 가입자 때문에 보험금을 더 많이 지출해 손해를 입기도 한다.

 이처럼 어떤 계약을 맺은 이후 정보를 많이 가진 쪽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 정보를 갖지 못한 쪽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를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라고 한다. 보험 시장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 고용안정이 이미 보장된 상태의 공무원이 일을 충실히 하지 않는 경우, 은행이 부실한 운영으로 고객이 맡긴 돈을 함부로 대출해 주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도덕적' 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무조건 개인의 나쁜 행동만을 탓할 수는 없다. 경제학에서 보면 도덕적 해이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ㅇ르 위해 행동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거래 당사자 중 한쪽만 정보를 많이 갖고 있고, 다른 한쪽은 정보가 부족해 벌어지는 일인 셈이다. 정보를 많이 가진 쪽이 계약을 맺을 때와는 달리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해이해지기 쉽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도덕성을 바로잡기보다 거래 당사자가 정보를 고르게 가질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가령 사고를 내지 않은 운전자에게 매 달 내는 보험료를 깎아준다거나 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정부가 감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26 지역경제블록 : 가까운 나라끼리 경제적으로 힘을 합치면?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 조건은 모두 다르다. 자연적 조건, 자원 및 인구 분포, 경제발전과 기술 발달 정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협력·보완하면 경제적으로 이득을 얻기 쉬운 나라들이 있다. 유럽의 국가들을 살펴볼까? 유럽은 여러 나라로 나뉘어 있지만 비슷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가깝다. 그래서 서로 관세를 없애고 자유롭게 무역을 하면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블록을 맺었다.

 경제블록은 여러분이 시험 공부를 위해 친구들과 협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경필이와 상민이는 잘하는 과목이 다르다. 경필이는 수학 성적이 높고, 상민이는 영어 성적이 높다. 둘은 서로 잘하는 과목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경필이는 상민이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고, 상민이는 영어를 가르쳐 주기로 한 것이다. 서로 공부를 가르쳐 주어 두 사람의 영어와 수학 성적이 올라간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힘을 합치면 경제적 이익이 맞아떨어져 국가 간에 협정을 맺거나 기구를 만들어 협력하는 것을 '지역경제블록' 이라 한다. 유럽연합EU 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만든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동남아시아국가들이 뭉쳐 만든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등이 예다.

 지역경제블록은 가입국 간의 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가입국끼리 하나의 기구를 설치해 화폐까지 통일하는 경제동맹이 가장 강력하다. 유럽연합이 그 대표적 예로, 가입국들은 대부분 유로화라는 화폐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속해 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등 21개국이 APEC에 속해 있으며 유럽과 아메리카 지역 등 환태평양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매년 정상회의를 열고 있다.

 

27 공유지의 비극 : 주인이 없는 목초지에서 무슨 일이 생길까?

 한 마을에 공유 목초지가 있었다. 목동들은 자신의 소를 끌고 와 풀을 마음대로 먹였다. 처음에는 큰 문제 없이 초원이 유지되었지만 목초지를 찾는 소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목동들은 다른 목동의 소가 풀을 다 뜯어 먹을까 봐 그전에 자기 소를 먹이고자 점점 더 많은 소를 자주 끌고 왔다. 얼마 가지 않아 풀은 사라지고 공유지는 황무지로 바뀌어 버렸다.

 이처럼 공동체가 함께 써야 하는 자원이지만 정해진 주인이 없는 경우, 시장에 이를 그냥 맡겨 두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자원이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 1968년 미국의 생태학자 개릿 하딘 Garrett Hardin 은 한 논문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이라 불렀다. 공유지의 비극은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에 실제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다. 당시 양털로 옷감을 만드는 모작공업이 발달해 많은 농가가 양을 길렀고, 마을의 공동 목초지가 황폐화될 뻔했다.

 공유지의 비극은 땅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지하자원이나 물, 공기 같은 공유자원이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태 때문에 빠르게 오염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온실가스를 생각해볼까? 공기는 특정 나라나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전 지구적인 문제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공유지의 비극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중화장실은 모두에게 필요한 공공시설이다. 그렇지만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함부로 쓰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쉽게 더러워지고 한다.

 공유지의 비극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 방안을 내놓는 학자도 많다. 많은 경제학자가 공유자원을 개인 소유로 만들어 관리하면 문제가 줄어든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이들은 아예 국가가 나서 공유자원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제3의 방안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 Elinor Ostrom 학자는 시장이나 정부가 아니라 지역 주민이나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공유재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메인주연안의 바닷가래 어장에서의 일을 예시로 들었는데, 근처 어부들이 스스로 공동체의 규칙과 순서를 만들어 바닷가재를 관리했다. 덕분에 지나친 어획으로 사라질 뻔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경제로 세상읽기I : 석유부자였던 베네수엘라 국민은 왜 살기 힘들어졌을까 - 초인플레이션

석유 매장량 세계 1위로 알려진 나라가 있다. 남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다. 땅 밑에 어마어마한 원유가 묻혀 있는 이 나라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하려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석유 부자 국가지만, 이 나라의 가구 중 75.8%는 하루 3.2달러 (약3,800원)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한다. 전체 인구의 90%는 음식을 살 수 있는 충분한 소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의 이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라는 원인이 깔려 있다. inf가 추청한 이나라의 2020년의 물가상승률은 무려 2355%이다. 지난해에 1,000원 하던 과자가 1년이 지나니 235만 5,000원으로 올랐다고 상상하면 된다. 베네수엘라는 어째서 이토록 엄청난 물가상승을 겪게 되었을까?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석유자원에 의존해 나라의 살림살이를 꾸려온 나라다. 석유를 판 돈으로 빈민들에게 집을 지어 주거나 의료 혜택을 베풀며 후한 복지정책을 펼친 적도 있었다. 그런데 2014년 초부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미국이 기존의 석유보다 더 싼 값으로 셰일가스를 생산하면서 전 세계 석유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석유를 수출해 버는 돈이 줄어들자 정부는 부족한 나랏돈을 화폐 발행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화폐가 많이 발행되면서 그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반대로 물건은 귀해졌다. 국민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돈을 한 뭉텅이씩 들고 가야 빵 하나, 닭 한 마리를 겨우 살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처럼 물가가 통제를 벗어나 수백 퍼센트 이상 올라가는 현상을 초인플레이션 Hyperinflation 이라 한다. 경제가 불안하거나 전쟁이 일어나 상풂이 귀해져서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분별하게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낼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화폐는 일반 종이보다도 그 가치가 떨어진다. 베네수엘라에서도 화폐를 뗄감이나 종이, 수공예 재료 등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을 통해 정부의 화폐 발행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화폐를 많이 찍어낼수록 국민들이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물가가 올라가 국민들의 생활이 위태로워 질 수 있다. 중앙 정부의 화폐 발행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경제로 세상읽기II :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는 가정, 맞는 것일까? - 행동경제학

마트에 가면 많은 상품이 990원, 9,900원, 29,900원 등 90원이나 900원으로 끝나는 가격표를 매달고 있다. 왜 그런걸까? 미국의 케네스 매닝 Kenneth Manning 과 데이비드 스프로트 David Sprott 박사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이는 '왼쪽 자릿수 효과' 때문이다. 대다수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읽는다. 자릿수가 많은 숫자를 볼 때, 왼쪽의 숫자에 집중한다. 그래서 30,000원보다 29,900원이 단 100원 차이임에도 저렴하다고 무의식중에 판단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10원이나 100원이 저렴할 뿐인 9,900원이나 19,900원의 상품을 고른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는가정을 바탕으로 경제학 이론을 펼쳤다. 그러나 인간이 항상 합리적 존재라면 왼쪽 자릿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소비자가 완벽히 합리적인 존재라면 9,900원짜리 물건과 10,000원짜리의 물건이 100원만큼의 가치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고신중하게 상품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무의식이나 심리적 요소에 흔들려 짧은 시간에 상품을 선택한다. 경제적 선택에도 심리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학에 심리학의 관점을 적용해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경제학을 행동 경제학이라고 한다. 이전까지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완전한 정보를 수집해 자신의 이익이 큰 방향으로 선택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 (경제적 인간)' 라고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완전히 경제적인 인간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감정이나 충동에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모습은 우리 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술 동의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두 가지 중 환자들은 어떤 수술 동의서에 더 끌릴까?

(가) 이 수술의 생존율은 80%입니다. (나) 이 수술의 사망률은 20%입니다

같은 뜻이지만 사람들은 생존율을 나타낸 문구 (가)에 더 많이 동의한다. 이처럼 같은 사실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프레이밍 효과 ( Framing effect,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판단과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 )라고 한다

 이처럼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심리에 집중해서 다양한 경제현상을 새롭게 분석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