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장 경제 개념
01 희소성 : 세상의 귀한 것들은 왜 비쌀까?
02 기회비용 : 세상에 공짜 점심이 존재하지 않는 까닭은?
03 효율성과 형평성 : 파이를 크게 만들까? 공평하게 나눌까?
04 시장 : 당근마켓도 경제학에서 시장이 되는 까닭은?
05 경제활동 : 학생인 나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까?
06 공공재 : 무료 공원과 상하수도 시설, 왜 정부가 만들까?
07 대체재와 보완재 : "꿩 대신 닭" 과 "치맥"에 얽힌 비밀은?
08 정상재와 열등재 :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떄, 사람들이 가장 먼저하는 일은?
09 실업 : 일하지 않으면 모두 실업자일까?
10 주식 vs 채권 : 목돈을 굴리는 두 가지 방법은?
11 외부효과 : 왜 사람들은 생각보다 독감예방접종을 적게 할까?
12 공기업의 민영화 : 국가는 왜 운영하던 기업을 민간에 팔까?
13 공유경제 : '소유' 해야만 '소비'할 수 있을까?
경제로 세상 읽기 I : 경제개발 vs 환경보호, 합리적 선택은 무엇일까? 환경오염과 합리적 선택
경제로 세상 읽기 II : 공유경제 세상에서는 모두 행복할까? 공유경제의 빛과 그림자
01 희소성
중세 유럽에서는 후추가 금보다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다. 지금의 냉장고나 냉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고기를 조금만 보관해도 맛과 향이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이 문제점을 해결해준 것이 '후추'였다. 후추를 조금만 뿌려도 고기의 맛과 냄새를 되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냉장과 냉동 기술이 발달하면서 후추의 필요성은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중세 유럽 시대의 후추는 '검은 금'이라고 불릴만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닌 인간의 욕망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양이 부족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자원 (돈, 시간, 재화 등) 은 인간의 욕망을 모두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여기서 이것을 희소성이라고 부른다.
'희소성'의 정의는 인간의 끝없는 욕구에 비해 자원이 제한되어 있거나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희소성'과 비슷한 말로 '희귀성'이라는 말이 있다. 희소성은 인간의 욕망에 비해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말하지만 희귀성은 자원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한 상황을 가리킨다. 가령 1990년대 쓰이던 핸드폰은 현재 그 숫가자 적어 희귀한 재화(물건)지만, 지금 원하는 사람이 적으니 희소하지 않다. 반면 최신 스마트폰은 생산되는 수량이 많아 현재 희귀한 재화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양에 비해 존재량이 부족하기에 희소성이 있다.
그러면 희소하면서 희귀한 재화는 있을까? 그 질문에 답은 YES다. 그것은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김홍도 같은 유명 화가의 진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많은 사람이 원하는 동시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희귀한 것들이라 비싼 값을 치뤄야 살 수 있다.
앞에서 말한 후추의 예처럼 재화(옷, 음식, 컴퓨터 등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물건)의 희소성은 인간의 욕구가 기준이므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세상의 재화 대부분은 희소성을 가지고 있어 그 가치만큼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이를 '경제재'라고 한다. 햇빛이나 공기, 바닷물처럼 자원의 양이 풍부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자원도 존재한다. 이를 '자유재' 또는 '무상재' 라고 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공짜였던 깨끗한 물이 환경오염 때문에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생수가 되는 것처럼, 최근에는 무상재가 경제재로 변하는 일도 벌어진다.
02 기회비용
20세기 초, 미국 동북부의 몇몇 술집이 파격적인 이벤트를 벌였다. 가게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에게 공짜 점심을 제공한 것이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이런 행사를 가게는 왜 벌인 것일까? 겉보기에는 술집이 손님에게 큰 선심을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몰려든 손님에게 비싼 술을 팔아 이득을 보겠다는 판매 전략이었다. 실직적으로 손님들은 공짜 점심의 대가로 그보다 많은 술값을 치른 셈이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 의 유명한 말은 이렇게 탄생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음을 뜻하는 말로, 경제학의 대표적인 격언이 되었다.
사람들은 매일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우리는 하나를 택할 때 나머지 선택지를 동시에 포기하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선택하면 짬뽕을 먹을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고, 영어와 수학 학원 중 영어 학원을 선택하면 수학 학원을 포기하는 것을 예로 들 수있다. 이처럼 경제학에서 어떤 선택을 하면서 포기한 것 중 가장 큰 가치를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이 가치는 실직적인 비용 (명시적 비용)은 물론 심리적인 만족감(암묵적 비용, 경제학에서는 어떤 상품이 주는 주관적인 만족도 역시 계산할 수 있는 금액으로 표현한다 )도 포함한다.
무료 영화 관람권이 생겨 극장에 갈 때를 생각해보자. 만약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액션 > 코미디 > 공포 영화'순이라면 만족감이 큰 액션 영화를 선택할 것이다. 즉 코미디와 공포 영화를 포기하는 셈이다. 포기하는 두 장르의 영화 중 더 아쉬운 마음이 드는 쪽은 코미디 영화로, 액션 영화를 선택하는 기회비용에 해당된다. 관람권이 생겨서 본 것이기에 영화값을 치르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 (암묵적 비용)을 치른 셈이다.
짬뽕을 먹을까 짜장면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5,000원짜리 짜장면을 먹었다면, 짬뽕을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포기하는 셈이다. 이 때 짬뽕이 줄 수 있는 만족감이 4,000원이라면 이 4,000원은 짜장면을 선택하는 데 따르는 암묵적 비용이다.
경제학에서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을 모두 더해 기회비용을 구한다. 그렇다면 위의 예시에서 짜장면을 선택했을 때 포기하는 기회비용은 얼마일까? 정답을 9,000원이다.
명시적 비용 : 자장면을 먹기 위해 지출한 돈 5,000원 + 암묵적 비용 : 짬뽕을 먹었을 경우 느꼈을 만족감 4,000원 = 기회비용 9,000원
이처럼 경제학에서의 기회비용은 눈에 보이는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용을 모두 포함해서 계산한다. 포기하는 것의 가치인 기회비용이 적을수록 경제학에서는 현명한 선택, 합리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한다.
03 효율성과 형평성 : 파이를 크게 만들까? 공평하게 나눌까?
온 마을 사람들이 먹을 정도로 커다란 파이를 만드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여기서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만들어질 파이 크기가 모두 나눠 먹기에 충분하지 않다. 더 큰 파이를 만들자" 누군가는 이 의견에 반대할 수 있다. "아니다. 파이를 공평하게 나누면 된다. 그러면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파이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우선일지 아니면 파이를 똑같이 나누는 것이 먼저 일지 생각해보자
여기서 파이 이야기를 말한 것은 경제학에서 중요한 선택 기준을 말할 때 효율성과 형평성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자원은 인간의 욕망에 비해 그 양이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무엇을 선택할 때는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는 경제학에서 중요한 주제다. 기업이나 사회가 생산한 것을 어떤 방법으로 나눌지를 결정할 때도 같은 고민에 빠진다. 기업이 생산해 얻은 이윤을 투자자에게 더 나눠줄지 노동자의 임금으로 더 나눠 줄지, 정부가 세금으로 걷은 수입을 어떤 분야에 더 쓸지 결정하는 것도 모두 경제적 선택의 문제다.
경제적 선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두 가지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효율성과 형평성이다.
'효율성'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자원을 활용하는 원칙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만약에 정부가 1년 동안 쓸 예산을 계획할 때 가장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돈을 쓴다면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형평성'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자원을 나눠야 한다는 원칙이다. 국가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이나 무상급식에 예산을 편성했다면 이는 형평성을 추구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사회가 만들어 낸 혜택을 여러 사람에게 두루 나누는데 신경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형평성'은 '두 마리 토끼'에 비유하기도 한다.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며 경제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대개 효율성을 추구하면 형평성을 잃기 쉽고, 형평성을 추구하면 효율성을 놓치기 쉽다.
04 시장 : 당근마켓도 경제학에서 시장이 되는 까닭은?
당근마켓이라는 어플을 알고 있는가? 가까운 지역 사람들과 중고물품을 사거나 팔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소비자는 신상품보다 저렴하게 원하는 물품을 구할 수 있고, 판매자는 쓰지 않는 상품을 팔 수 있기에 많은 이가 당근마켓을 이용한다. '마켓'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은 스마트 폰 안에 있는 일종의 '시장'이다.
보통 시장이라고 하면 재래시장이나 마트와 같은 구체적인 장소가 머릿속에 떠오르겠지만, 경제학에서 시장은 좀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경제학의 정의에 따르면 '시장'은 상품을 사고자 하는 사람 (수요자)과 상품을 팔고자 하는 사람 (공급자)이 만나 거래하는 장소나 관계를 일컫는다. 당근마켓이나 온라인 쇼핑몰에는 상품을 올리는 판매자가 있고 상품을 사려는 구매자가 있다. 눈에 보이는 특정 장소는 업지만 시장에 해당된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다. 노동력을 사려는 수요자 ( 사람을 구하는 기업체)가 있고, 반대로 이를 제공하는 공급자 (직장을 구하려는 개인)가 있다. 이 같은 추상적 시장도 경제학에서는 시장으로 취급한다. 슈퍼나 마트, 재래시장 뿐 아니라 부동산중개소, 증권거래소, 예금이나 외환업무를 담당하는 은행 역시 모두 시장으로 본다.
시장은 공급자의 숫자가 얼마나 많고, 그들 사이의 경쟁이 얼마나 심한가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같은 상품을 만들어 파는 공급자와 숫자가 무한히 많은 완전경쟁시장, 하나의 공급자만 있는 독점시장, 2~3개의 소수 기업이 상품을 공급하는 과점시장, 여러 공급자가 각자 조금씩 다른 상품을 파는 독점적 경쟁시장이 있다. 공급자의 숫자가 적을수록 시장에서 공급자의 힘이 강해지고 숫자가 많을수록 그 힘이 약해진다. 예를 들어 인터넷 포털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사이트 중 점유율 92.54%로 검색 시장을 주도 하고 있다. 이 경우 공급자인 구글이 유료 서비스의 가격을 마음대로 설정해 상품을 팔 수 있는 힘이 커진다. 그러나 독점적 경쟁 시장인 미용실은 비슷해 보이지만 가게마다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파마나 커트를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키즈 미용실이 있다. 그래서 공급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실이나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며 가격을 결정한다.
05 경제활동 : 학생인 나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보내는 평범한 하루를 생각해보자.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사 먹는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을 구매하고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이 모든 활동이 경제라는 분야와 아무 상관없이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매일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어른들처럼 직장에 나가 일하고 월급을 받는 것만이 경제활동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행동 대부분이 경제활동과 관련이 깊다.
'경제활동'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에 참여하고, 소득을 분배받아 자신에게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어른들이 직장에 나가 월급을 대가로 일을 하는 경우는 경제활동 중 생산활동에 속한다. 노동이나 토지, 자본을 이용해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그 가치를 키우는 활동을 말한다. 만약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그 또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생산활동을 하는 셈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이 수업을 하는 행위 역시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활동에 해당한다.
노동력뿐 아니라 땅 (토지)나 돈 (자본)을 투자해 가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땅이나 건물을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것, 주식 투자를 해 이익을 얻는 것, 기계를 임대하는 활동도 생산활동에 속한다.
한편 생산활동을 하면 그 대가를 받는다.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연예인들이 공연을 하면 공연비를 받는다. 이처럼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을 '분배'라고 한다.
소비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내고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 활동이다. 우리는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것,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는 행위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 만족의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 이것이 소비행위다. 비슷해 보이는 행동이 그 목적에 따라 생산과 소비로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빵을 만들어 먹기 위해 슈퍼에서 밀가루를 샀다면 이는 소비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제과점 주인이 빵을 만들어 팔기 위해 밀가루를 구입했다면 판매를 목적으로 한 행동이므로 생산에 해당한다.
06 공공재 : 무료 공원과 상하수도 시설, 왜 정부가 만들까?
"우리는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좁고 답답한 뒷골목으로 안내되었다. 악취를 풍기는 하수구 옆을 지나는데 밝은 불빛 아래서 물은 진한 녹차 색으로 보였다. 사실 그 물은 진흙 섞인 물이라기보다는 물기 있는 진흙에 가까웠는데, 이것이 그 비참한 사람들이 마시는 유일한 물이라고 했다. 경악하며 웅덩이를 바라보다가 우리는 배수관과 하수도가 더러운 내용물을 웅덩이로 쏟아내는 걸 보았다"
1854년 헨리 메이휴라는 저널리스트가 쓴 『런던 사람들의 노동과 빈곤』이라는 책의 일부 내용이다. 당시 산업혁명으로 공장이 많이 세워진 런던에는 인구가 몰려들었다. 늘어난 인구와 공장으로 오수와 폐수가 늘어났지만, 더러운 물을 정화하는 하수도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오염된 물은 강에 흘러 들어갔고, 사람들은 악취 나는 그 물을 그대로 마시고 사용했다.
산업혁명으로 경제가 번영하던 영국. 그런데 왜 하수 정화시설이 없었을까? 상·하수도 시설이나 무료 공원, 국방이나 치안, 기본교육, 도로 등은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 및 시설이지만 이것을 일반 기업이나 개인이 만들기는 어렵다.
이것은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공공재'는 생산되면 사회 구성원 누구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소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하수도 시설은 일단 도시에 만들어지면 소비자들이 대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돈을 내지 않은 사람을 재화나 서비스의 소비에서 제외시킬 수 없는 속성을 비배제성 非排除性 이라고 한다. 또한 하수도 시설은 누군가가 먼저 이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이용이 제한되지 않는 비경합성 非競合性 을 가진다. 누군가 쓴다고 소비 기회가 줄어들지 않는 공공재는 소비자 간에 경쟁이 불필요하다.
비배재성과 비경합성을 동시에 가지는 공공재는 기업이 만들어 파는 상품 ( 사적 재화 ) 과는 정반대의 특성을 가진다. 사적 재화는 기업 입장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으니 시장에 생산에 맡겨도 큰 문제가 없다. 반면 공공재는 시민의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시장에 생산을 맡겨 두었다가는 부족해지거나 아예 만들어지지 않으니 국가나 정부가 나서야 한다. 앞서 영국 역시 강의 오염문제가 심각해지자 국가가 나서서 하수도 시설을 만들었다. 이처럼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국방이나 치안 등의 서비스나 항만, 도로, 공원 등의 공공재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07 대체재와 보완재 : "꿩 대신 닭"과 '치맥'에 얽힌 비밀은?
민족의 명절 설날. 우리의 옛 조상도 지금의 우리처럼 떡국을 먹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떡국에 꿩고기를 꼭 넣어 끓여 먹었다고 한다. 생김새가 예쁘고 꿩고기의 맛도 좋았기 때문이지만, 꿩이 좋은 징조를 나타내는 새였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농기 ( 農旗, 마을을 상징하는 기) 꼭대기에 꿩의 깃털을 꽂았을 정도로 길조로 여겼다. 그렇지만 구하기 어려워 꿩 대신 집에서 기르기 쉬운 닭을 잡아 떡국을 끓이곤 했다. 여기서 "꿩 대신 닭" 이라는 속담이 비롯됐다.
속담 속 꿩고기가 닭고기의 예처럼 만족도나 용도가 비슷해 서로 대체해서 쓸 수 있는 재화를 경제학에선 '대체재'라고 한다. 예를 들어 버터와 마가린, 사이다와 콜라, 밥과 빵 등 대체재 관계에 있는 재화를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현재에도 닭고기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음식이다. 특히 치킨은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치맥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치킨을 먹을 때면 맥주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함께 소비하면 만족도가 올라가는 관계의 재화를 '보완재' 라고 한다. 피자와 콜라, 커피와 설탕, 연필과 지우개, 자동차와 휘발유 등이 보완재의 예에 해당한다.
대체재와 보완재에 속하는 재화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보니 한 상품의 가격이 변하면 나머지 재화의 인기나 수요 변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만약 버터 가격이 올라가면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버터 대신 마가린을 산다. 즉 대체 관계에 있는 재화는 한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다른 상품의 인기가 올라간다. 덕분에 다른 한쪽의 수요가 늘어난다.
반대로 보완 관계에 있는 재화는 한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 인기가 떨어지면 다른 상품의 수요 역시 떨어지는 효과가 나온다. 치킨의 가격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이를 덜 사 먹게 되고, 치킨과 함께 먹던 맥주의 수요 역시 줄어든다.
기업은 가끔 대체재나 보완재의 관계를 이용해 상품 판매의 이익을 늘리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촬영 뒤 몇 분 안에 인화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그 대신 그 회사에서 만들어 낸 필름만 사용할 수 있다. 카메라 가격이 낮아도 필름을 많이 팔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 이득이다. 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 사이의 보완 관계를 이용한 판매 전략이다.
08 정상재와 열등재 :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원래 한 달 용돈이 5만원이었던 경필이는 편의점에서 1,000원 짜리 삼각김밥을 종종 사먹었습니다. 맛도 있었지만 가격이 저렴했거든요. 그런데 지난달부터 용돈이 7만원으로 올라 조금 더 비싼 2,000원 짜리 샌드위치를 사 먹기 시작했습니다. 용돈도 올랐는데, 이 정도 소비는 나를 위해 쓰자 생각했습니다.
경필이처럼 대개 소들이 높아지면 원래 사던 상품 대신 더 비싼 것을 찾게 된다. 삼겹살 대신 비싼 스테이크를 먹는다거나, 방 한 칸짜리 집에서 방이 많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그 예다.
이처럼 소득이 늘어나면 수요가 증가하고, 반대로 소득이 줄어들면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정상재' 라고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수요가 감소하고, 소득이 감소하면 수요가 증가하는 재화나 서비스도 있다. 이를 '열등재' 라고 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소득이 증가할 때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많이 사 먹고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면, 이 경우 돼지고기와 대중교통은 열등재, 소고기와 자가용은 정상재에 해당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정상재와 열등재의 개념을 설명했지만 '돼지고기는 열등재, 소고기는 정상재' 라는 식으로 외워서는 안된다. 어떤 재화를 정상재와 열등재로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은 소득이 늘어도 돼지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더 많이 사 먹을 수 있다. 또 1950~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보리 같은 잡곡밥을 주로 저소득층이 먹던 열등재였다. 당시 소득이 늘어난 사람들은 보리밥 대신 흰쌀밥을 먹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잡곡밥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소득 수준뿐 아니라 개인의 취향, 시대 상황에 따라 정상재와 열등재의 사례는 달라질 수 있다.
09 실업 : 일하지 않으면 모두 실업자일까?
19세기 초 영국 중부와 북부 지역. 한 무리의 조동자들이 공장에 침입해 그 안에 있는 기계를 공구로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왜 기계를 없애는 과격한 행동을 했을까?
산업혁명 당시 영국 섬유 산업계에서는 방직기나 방적기 등의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원래 숙련된 기술로 꽤 높은 임금을 받던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기계를 조작해 상품을 만드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들은 낮은 임금으로 미성년자나 여성을 고용했다. 이에 직업을 잃은 노동자들이 불리한 노동환경에 항의하는 뜻으로 기계파괴 운동 러다이트 운동 Luddite Movement 을 벌인 것이다.
극심한 실업 상태는 이처럼 사회운동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실업'이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데도 일자리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일할 의사' 와 '일할 능력'이라는 조건이다. 이를테면 너무 어려서 일할 능력이 없는 초등학생은 실업자로 보지 않는다.
실업이 모두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본인이 원해서 직업을 그만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자발적 실업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보수나 근무환경, 적성 등이 맞지 않아 원래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과 직장을 찾아나선다. 자발적 실업은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것이고 실업 기간도 짧읜 큰 경제문제가 되지 않다.
문제는 일할 의사가 있고,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생기는 비자발적 실업이다. 1998년 우리나라는 IMF 경제 위기를 맞이했다. 1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27만 명의 실업자가 생겨났다. 어려운 경기로 인해 생겨난 실업인 경기적 실업은 정부가 공공사업을 실시하는 등 일자리를 늘려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산업혁명 시기처럼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예전에 있던 어떤 기술이나 작업이 필요없어지거나 특정한 산업이 쇠퇴하면서 대량 실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를 구조적 실업이라 하는데, 최근 무인 기계의 발달로 은행이나 가게에서 일하는 인력이 줄어 실업이 발생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직업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어떤 직업은 특정한 계절에만 일을 하고, 나머지 계절에는 실업자가 되기도 한다. 이를 계절적 실업이라고 한다. 농부도 계절적 실업자가 될 수있다. 옛날엔 가을에 추수를 마치고 농부들이 겨울철에 할 일이 없어 실업자가 되기도 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근로자들이 쉬는 계절에 할 수 있는 직업을 소개해주거나 공공근로에 동원하기도 한다.
10 주식 vs 채권 : 목돈을 굴리는 두 가지 방법은?
드라마 < 응답하라 1988> 에는 바둑 기사 최택의 아버지가 아들의 바둑대회 우승상금 5,000만 원을 어디에 투자할 지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웃들은 그에게 땅이나 강남의 아파트를 사라고 권하기도 하고, 15%의 정기예금에 돈을 넣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어디에 돈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만약 여러분이 성인이 된 후 일을 해 소득을 얻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재테크를 하고 싶은가? 드라마 속 대사처럼 1980년대에는 은행 이자율이 평균 10%를 웃돌 때가 많았다. 은행에 100만원을 넣어 놓으면 1년 후 10만 원 정도의 이자가 붙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당시 많은 사람이 높은 금리를 보장하고 안정적인 예금에 돈을 맡겼다.
은행 금리가 1~2%로 낮아진 지금은 사람들의 투자 수단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은행 예금보다 주식이나 채권 투자 등을 하며 돈을 불리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주식과 채권은 모두 증권이라는 증서에 해당한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기업이 경영을 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은행에 빌릴 수도 있지만 증권이라는 것을 찍어 내 구하기도 한다. 증권을 사면 투자자들이 역시 회사에 대한 일정한 권리를 갖고 나중에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이익이 된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찍어내는 증권 중 하나인 '주식'은 기업이 사업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행하는 증서다. 즉 회사 소유권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준다는 증표다. 주식 투자를 통해 투자자는 두 가지 종류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배당금과 시세차익이다. 배당금은 회사가 얻은 수익 가운데 일부를 투자자에게 나눠 주는 것이다. 시세차익은 주식 가격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 이득을 보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주식 가격이 구매했을 때보다 떨어져 원금까지 손해 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채권은 무엇일까? '채권'은 정부나 공공단체, 기업이 일반인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 비용을 한 번에 끌어 쓰기 위해 갚을 기간을 정해 놓고 발행하는 증서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어차피 갚는 기간과 갚는 돈의 금액이 정해져 있으므로 나중에 팔면 미리 정해진 이자를 챙길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데다 미리 이자가 정해져 있어 주식에 비해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그렇지만 주식만큼 값이 급격히 오르거나 내리지 않기에, 수익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11 외부효과 : 왜 사람들은 생각보다 독감예방접종을 적게 할까?
코로나바이러스감영증-19( 이후 코로나19로 약칭 ) 초기, 방역 수칙을 어긴 채 돌아다닌 몇몇 확진자의 행동이 언론을 통해 밝혀진 적이 있다. 감열될 수 있는 지역에 다녀와 놓고도 이를 밝히지 않거나, 방역 당국에 자신이 이동한 장소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소수의 확진자가 있었다. 일부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소수의 무분별한 행동은 지역사회 감염을 엄청나게 확산시키는 피해를 가져왔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다른 감염자들의 치료 금액이나 사회적 피해를 보상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현상을 '외부효과'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외부효과'는 누군가의 행동이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입히지만 이에 대한 대가를 주고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앞의 예와 같이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입히는 부정적 외부효과 (외부불경제)도 있지만, 혜택을 주는 긍정적 효과 (외부경제)도 존재한다.
긍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예로 독감 예방접종을 들 수 있다. 백신을 맞으면 내가 독감에 걸릴 가능성도 줄어들지만 다른 사람에게 독감을 옮길 가능성 역시 줄어든다.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좋겠지만, 접종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독감에 감염될 위험을 줄여 주는' 대가를 받는 것은 아니므로 긍정적 외부 효과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양보다 적게 생산되거나 소비된다.
반대로 소음공해, 길거리 흡연, 공해물질 배출 등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타인에게 입히는 부정적 외부효과도 있다. 가령 공장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면 폐수 때문에 주변에 있는 주민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공장에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정적 외부효과는 사회적으로 적정한 양보다 많이 만들어지거나 소비되는 특징이 있다.
외부효과는 돈을 주고받으며 거래하는 일이 아니기에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즉 외부효과는 시장이 제 일을 다 하지 못하는 시장실패의 원인이 된다. 이때 발 벗고 나서는 건 정부다. 정부는 긍정적 외부효과는 늘리고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백신 접종이나 과학 연구 등 긍정적 외부효과는 보조금을 지급해 더 많은 사람이 생산과 소비를 하도록 부추긴다. 반대로 부정적 외부효과는 사회적으로 적게 생산되고 소비되도록 세금이나 벌금을 물린다.
12 공기업의 민영화 : 국가는 왜 운영하던 기업을 민간에 팔까?
영국 철도는 유럽에서도 요금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요금이 꾸준히 올라 2019년에는 이를 항의해 시민들이 SNS에 '#철도혁명'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집단행동을 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높은 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의 질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 철도는 2018년 기준 일곱 대 중 한 대꼴로 연착되었고 사고도 잦았다. 왜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걸까?
원래 1994년 이전까지 영국 철도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만든 공기업이 운영하고 있었다. 공기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주로 전기나 수도, 철도, 주택, 항공, 가스 등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민간기업이 운영하기에는 규모가 크고 공공성이 큰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공기업은 시민의 생활에 꼭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지만 경영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일부 공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연봉을 필요 이상으로 높게 책정하거나, 경쟁 상대가 없어 서비스나 상품의 품질이 낮아지는 일도 생긴다. 경쟁력이 중요한 민간기업이라면 허리띠를 졸라매 운영했겠지만, 공기업은 적자가 나도 국가에서 이를 메꿔 주니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 특히 1980년대 이후부터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줄이자는 신자유주의라는 흐름이 유행하며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공기업의 민영화'란 공기업을 개인이나 특정 기업에 팔아, 사기업 私企業 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통신'이라는 공기업이 민영화되어 현재의 KT로, 담배와 인삼을 파는 한국담배인삼공사가 KT&G라는 사기업으로 변신했다.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면서 회사의 운영이 효율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반대로 민영화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영국 철도가 대표적이다. 1994년의 민영화 이후 영국의 장거리철도 요금은 15년간 두 배 이상 가격이 올라 영국인들의 원성을 샀다. 철도나 수도, 전기 등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다루는 만큼 공기업의 민영화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13 공유경제 : '소유'해야만 '소비'할 수 있을까?
서울특별시에 운영하는 무인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 따릉이. 1,000원을 내면 자전거를 빌려 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자전거가 필요할 때 빌려 쓰고 돌려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집에 남는 방이나 주방, 사무실, 승용차까지, 여러 명이 함께 나누어 쓸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처럼 물건이나 장소 등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빌려 쓰고 나눠 쓰는 산업 활동을 '공유경제'라고 한다. 사람들 간의 협동과 나눔을 바탕으로 하여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다.
공유경재는 2008년 로런스 레스그 Lawrence Lessig 경제학자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인터넷이나 SNS의 발달이 공유경제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누구나 필요할 때 공유할 상품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거나 빌려 쓸 상품을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합리적 소비가 중요시되면서 소비의 방식이 '소유'에서 '공유'로 바뀐 점도 공유경제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공유경제를 널리 알린 기업은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Uber 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Airbnb입니다. 이 기업들은 전 세계의 고객을 확보하면서 몸집을 키웠습니다.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기업의 매출 기준으로 2017년 186억 달러에서 2022년 402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유경제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 때문에 타인이 사용한 공간이나 차량, 물건을 쓰는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의 2020년 실적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코로나 시대에 더욱 급부상한 공유경제 분야도 있다. 비대면 배달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증가한 공유 주방, 공유 오피스, 대중교통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나 킥보드의 공유 등이 그 예다.
경제로 세상 읽기I
경제 개발 vs 환경보호, 합리적 선택은 무엇일까? - 환경오염과 합리적 선택
2020년 3월, 인도 동북부의 한 해변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몇 년간 사라졌던 올리브 바다거북 90만 마리가 몇 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원래 이곳은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찾아오는 장소였지만, 관광객이 많이 몰려오며 해변이 오염되는 바람에 바다거북이 사라진 상태였다. 인도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콜롬비아의 카르타헤나 만에도 돌고래 출현이 늘었다. 이 지역을 지나던 선박이 줄어들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벌어진 일이었다.
이 놀라운 현상의 배경에는 코로나19의 유행이 있었다. 전염병이 돌며 전 세계 인류가 밖에서 활동하기 어려워졌다. 기업의 상품 생산이나 나라 간 무역, 여행이나 관광이 모두 힘들어졌다. 인간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덕분에 자연 환경이 일시적으로 되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코로나19로 인한 환경오염의 감소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사람들의 경제활동은 물질적 풍요라는 이득을 불러왔지만, '깨끗한 환경과 생태계'라는 기회비용을 치러 왔다는 사실이다. 가령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근처의 열대우림은 농업과 벌목, 광산 개발 목적으로 2019~20년까지 2년간 1만 7604km2 만큼 사라졌다. 서울시의 30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인류는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전 세계 생물종의 3분의 1이 서식하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생태계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개발을 멈춰야 생태계가 살아나고 깨끗한 환경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장기적으로 보면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생존도 위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간단하지 않다. 환경보호에 눈을 돌릴 정도로 여유로운 선진국도 있지만, 경제 성장을 멈추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 나라도 많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개발이 환경보호보다 중요한 선택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개발도상국의지금의 환경 문제는 과거 선진국의 경제개발 때문에 생긴 것이니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선진국은 현재 개발도상국의 개발 때문에 기후뱐화 문제가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으니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이장 차이를 좁혀가야 환경오염과 경제개발 사이의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경제로 세상 읽기II
공유경제 세상에서는 모두 행복할까? - 공유경제의 빛과 그림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개릿 캠프 Garrett M. Capm와 트래비스 갤러닉 Travis Cordell Kalanick , 평소 택시를 부를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던 두 사람은 이 문제를 게선할 아이디어를 내 2009년부터 사업을 시작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급 리무진을 호출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몇 년 후 그들의 회사는 일반인이 자신의 차로 승객을 실어 나르며 돈을 벌 수 있는 차량 공유 시스템으로 그 모습을 바꾼다.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었고, 10년 만에 최대 80개 나라에 진출하며 고객 1억 명을 유치한 기업이 된다.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 우버의 이야기다. 우버는 숙박 서비스를 중개하는 에어비앤비와 함께 공유경제를 이끄는 대표적 기업이 되었다.
공유경제의 발달은 많은 이득에게 편리함과 이득을 안겨 주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빌려주는 소유자들은 새로운 일자리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물건을 빌려 쓰는 사용자들은 질 좋은 상품을 필요한 기간만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더불어 생산된 자원을 한 번 더 이용할 수 있어 자원 절약이나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공유경제의 발달이 모든 이에게 행복을 안겨 주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우버 서비스나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인기를 끌수록 택시기사들, 호텔이나 여관을 운영하는 숙박업자들은 수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공유경제 기업이 진출할 때마다 기존의 사업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공유경제가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몇몇 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일할 사람을 제대로 고용할 필요가 없다. 앱으로 사용자와 소유자 사이를 중개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공유경제가 발달할수록 집이나 차량 없이 자신의 노동력만으로 일하던 근로자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배를 불려 가는 건 공유경제 플랫폼 회사들이다.
공유경제의 등장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된 기존의 사업자들, 노동자들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한 편이다. 각국 정부가 공유경제 플랫폼 회사에 제대로 채김을 지우고, 관련 법이나 제도를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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