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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죽은 형의 향기를 따라서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이희영 장편소설

나는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이희영 장편소설을 읽고 죽은 형의 향기를 따라서 라는 부제목을 붙이고 싶다.

여기서 '선우 진' 이라는 학생이 고등학생으로 나오면서 어릴 때 죽은 형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은 그 사람에 대한 단편적인 면만 보고 그 사람은 어떴다 해석을 하는 것 같다. 사람은 복합적인 인물인데 말이다. 이 책의 서두는 '선우 진' 이라는 아이가 교복을 맞추고 죽은 형의 학교를 가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선우 진' 이라는 아이의 친구인 '강도운'이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난달' 줄여서 '난' 메타버스 플랫폼 가상현실에서 피싱랜드를 주로 하는 학생이다. 그리고 도깨비바늘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친구들과 잘 지내는 서글 서글한 아이인 줄 진은 알았다. 그러나 도운이라는 친구는 어릴 때 숫기도 없고 말도 없이 조용한 아이라서 왕따를 당해 이사를 오면서 전학을 온 것이었다. 그 아이의 짧은 에피소드가 나왔는데 그 아이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주희' 라는 여학생과 얽히면서 소문이 퍼져 급식실에서 케르베로스라고 불리면서 그 주희라는 아이 또한 소문이 와전이 되어서 주희 역시 힘들어한다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강도운' 이라는 아이는 인간관계가 힘들 때 피싱랜드에 자기만의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또 이상한 사람이 될까봐 다른 사람에게는 외향적인양 하고 다니면서 친구들하고 왁자지껄 다니다보면 심리적으로 지칠 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람도 방전된다고 그 때는 꼭 충전을 해줘야 한다. 도운은 난에서 피싱랜드는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진은 도운의 이런 면을 몰랐고 도운은 이런 이야기를 안 해서 당연히 모른다는 말을 했다. 도운 역시 진의 '그림자' 를 모른다. 도운 역시 진이 외동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진이는 마지막까지 죽은 형에 대해 도운에게 이야기를 안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도운과 진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더 많이 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말 못하는 고민이나 비밀 하나쯤은 있으면 어때 라는 생각이 든다.

 진은 죽은 형에 대해 알아가려고 죽은 형과 고등학교 생활을 했던 '정수민'과 형을 알았던 교감선생님과 형이 했던 '난'이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집과 정원을 가꾸던 '가우디'에 접속을 하고 도서관을 가면서 죽은 형에 대해 알아간다. 집과 정원 꾸미기 게임 가우디에서 '곰솔' 이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소설 끝부분에서 '곰솔' 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낸다. '곰솔'이라는 사람은 죽은 형이 다니던 학교에 선생님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곰솔 이라는 뜻은 바닷가에 자라는 소나무를 순우리말로 곰솔이라고 한다.

 나는 여기서 왜 바닷가에 자라나는 소나무라고 닉네임을 지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질문에 답은 소설을 끝으로 가면서 내 스스로 답을 내렸다. 바닷가는 잔잔하지만 어느 순간 거센 파도가 치면서 혹은 폭풍우가 오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그 힘든 여정을 묵묵히 견뎌내면서 자란다. 또 소나무라는 나무가 가지는 의미는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지닌다. 곰솔은 선우진이라는 형 '선우 혁' 이라는 아이에 대한 추억에 괴로워하면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닉네임을 지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선우 진'은 자기 자신이 귤을 좋아한다는 기억과 형의 마지막 날을 기억했다. 진이라는 아이와 죽은 형에 관련된 사람들은 죽은 형에 대한 아픔과 추억들을 자신만의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인상깊게 생각하는 구절이다.

타인이 보여주는 모습을 존중하되, 그것이 전부라고 단정짓지않으면 된다. 좋은 인상을 주었든, 나쁜 이미지로 남든 간에 말이다. 어른들의 말처럼 열 길 물속보다깊은 게 인간이니까.
 생각해 보면 자연도 한 가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초록으로 뒤덮여도 은행나무요, 꽃이 져도 벚나무니까. 그런데 은행나무는 가을의 상징이고 벚꽃은 봄의 표상이다. 바라보는 인간들이 그냥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한 사람에게 서로 다른 추억과 이미지가 덧씌워지듯이.
형은 한 명인데,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각기 다른 형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