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경제공부』 5장
목차
5장 경제제도
56 시장경제 :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제도는 무엇일까?
57 계획경제체제 : 정부의 명령과 계획으로 경제가 굴러간다면?
58 예금자보호제도 : 은행이 파산하면, 내 예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59 중앙은행 : 우리나라 화폐는 어디서 탄생할까?
60 최고가격제 : '반값 우유' 정책 때문에 우유 가격이 치솟았다?
61 최저임금제 : 정부가 임금의 최저 기준을 정하는 이유는?
62 누진세 : 돈을 많이 벌수록 세금도 많이 내야 할까?
63 예산제도 : 정부는 어떻게 나라 살림을 꾸릴까?
64 경제협력개발기구 : 'OECD 기준' 은 왜 뉴스의 단골 멘트가 되었을까?
65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 정부가 불공정한 게임 규칙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66 경제안정화정책 : 경제의 적절한 체온 유지, 정부와 중앙은행이 할 수 있을까?
67 재정정책 : 정부가 돈을 풀거나 거두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68 금융정책 :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면 어떻게 될까?
69 고정환율제도 vs 변동환율제도 : 환율을 정하는 두 가지 방법, 무엇이 유리할까?
경제로 세상 읽기 I : 최저임금제, 근로자에게 도움이 될까? -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논란
경제로 세상 읽기 II : 국가가 전 국민을 매달 공짜월급을 나눠 준다면? - 기본소득제 도입 찬반 논란
56 시장경제 :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제도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매년 엄청난 양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을 만든다. 그렇다면 매년 어떤 것을 더 많이 만들지 그 결정은 누가 하는걸까? 삼성전자의 CEO 일까? 아니면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물론 그들의 의견도 중요하겠지만 단순히 소수의 결정으로 생산할 상품의 종류나 수량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까?' 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살펴보자. 경쟁 기업이 어떤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누가 명령이나 계획을 내리지 않아도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줄다리기 속에서 무엇을 얼마나 더 생산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가격이나 생산량 역시 다수의 줄다리기 속에서 결정된다. 만약 시장에서 많은 소비자가 태블릿 PC보다 스마트폰을 원한다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기업은 더 비싼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겠다.
이렇게 시장에서 만들어진 가격을 균형가격이라고 하는데, 가장 필요한 곳에 자원을 적절히 분배하는 힘이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상품을 얻고 기업은 적절하게 상품을 공급하고 이윤을 챙길 수 있다. 삼성전자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라이벌 기업과 경쟁해 더 괜찮은 품질과 기능을 지닌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가령 라이벌인 애플사가 내놓지 못한 반으로 접히는 스마트폰 등을 내놓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의사결정을 할 때, 국가는 시장경제체제 아래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시장에 되도록 개입하지 않고 올바른 경쟁 질서가 유지되도록 돕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이처럼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경제체제를 시장경제체제라고 한다. '시장경제'는 경제를 시장에 맡기면 자원이 가장 필요한 곳에 적절한 양만큼 분배된다는 믿음 아래 운영된다. 시장경제체제는 토지나 자본 등 개인의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체제와 함께 움직인다. 개인의 재산권과 재산권을 행사할 때 개인의 의사결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둘을 합쳐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장경제체제를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각한 빈부격차나 환경오염 같은 문제가 그 예다. 이 때문에 시장경제체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면 정부나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경제시스템을 혼합경제체제라고 부른다.
57 계획경제체제 : 정부의 명령과 계획으로 경제가 굴러간다면?
가끔 TV에서 북한의 모습을 보면 '같은 민족이지만 낯선' 느낌을 받는다. 같은 민족이어도 오랫동안 분단되어 살아 온 한국과 북한 사회의 모습은 꽤 달라 보인다. 가령 우리나라는 땅이나 공장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이러한 재산이 국가에 속해 있다. 가까운 나라인데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우리나라가 시장경제체제를 따르는 것과 달리, 북한은 계획경제체제라는 시스템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상품의 종류와 생산량, 생산 방법 등을 기업이 선택할 때 시장의 상황을 살펴본 후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한다. 기업은 개인 또는 민간 소유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 개인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은 이런 문제를 국가와 정부의 계획과 지시 아래 해결한다. 계획경제체제는 생산 수단이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땅, 공장, 원재료 등의 생산 수단은 나라 소유의 재산이니, 의사결정도 정부나 당의 계획에 따른다. 가령 북한에서 스마트폰이나 TV를 만들 때는 생산량이나 생산방법, 이윤의 분배 방법 등을 정부에서 결정한다.
시장경제체제와 계획경제체제 중 어느 것이 더 좋다,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시장경제체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 인정되다 보니 소득이나 자산이 몇몇 개인이나 집단에 쏠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질 수 있다.
반면 계획경제체제는 땅이나 공장 등 생산 수단이 어차피 국가의 것이니 빈부격차는 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도 그 성과가 '내 것' 이 아니니 열심히 일할 동기와 의욕을 갖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경제발전이 더딜 수 있다. 또한 정부 역시 모든 것을 완벽히 예측해 생산량이나 배분 계획을 결정하기 어렵기에 정부의 결정이 잘못되면 경제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당이나 국가가 부패를 많이 저지르면 더욱 심각한 불평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더딘 경제발전으로 인해 현재 계획경제체제 국가는 전 세계에서 많이 사라진 상태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계획경제체제를 바탕으로 시장경제체제의 특징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국가도 있다. 북한이 그나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계획경제체제의 틀을 가장 많이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북한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점차 다른 나라에 시장을 개방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58 예금자보호제도 : 은행이 파산하면, 내 예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2011년 한 저축은행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은행이 부실 운영으로 국가로부터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예금자들은 은행이 폐업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예금액을 되돌려 받기 위해 초조해하며 대기표를 뽑아 들었다.
은행이 문을 닫는 상황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은행 예금은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은 아니지만, 가장 안정적인 자산 관리 방법이다. 원금을 손해볼 일 없이 보관할 수 있는데다 예금 이자까지 붙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나 금융기관 (협동조합, 저축은행, 투자회사 등) 이 망한다는 상상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운영 상황이 나쁘면 이런 곳도 무너질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2011년만 해도 부실한 운영 상황으로 인해 저축은행 중 무려 스물네 곳이 문을 닫았다.
이처럼 금융기관이 영업 정지를 당하거나 파산하면 우리가 맡긴 예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예금을 맡긴 사람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예금자의 손해가 막심함은 물론, 국가의 금융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일이다. 또 사람들이 몇 개의 금융회사가 파산하는 모습을 보고 불안감에 대량으로 은행에 몰려가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현상 bank run 이 벌어져 건전한 금융회사까지 무너질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는 예금자보호제도라는 것을 마련해 둔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라는 기관을 마련해 두고 평소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으로 모아 둔다. 그러다 금융회사의 경영이 악화되거나 파산 드으이 이유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보호공사가 대신 고객에게 예금액을 지급해 준다. 일반 은행이나 증권회사, 보험회사, 상호저축은행 등의 예금 상품이 그 대상이다.
물론 모든 상품이 예금자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주로 예금처럼 저축성 상품이 예금자보호를 받고, 수익률과 위험성이 높은 상품은 대체로 예금자보호를 받고, 수익률과 위험성이 높은 상품은 대체로 예금자보호제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예금액을 보장해 주는 금액에도 제한이 있다. 현재는 1인이 원금과 이자를 합해 금융회사마다 5,000만 원까지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여러 금융회사에 5,000만 원씩 돈을 나누어 넣어 두는 것이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59 중앙은행 : 우리나라 화폐는 어디서 탄생할까?
준비물을 사야 하는데 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는 상황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만약 여러분이 종이를 돈 모양으로 오린 다음, 1,000원이라는 글자를 적어 문방구에 내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도 그 돈을 받지 않으려 하겠지요. 이 종이가 충분한 가치를 가진 것인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에 쓰는 돈은 어떻게 믿고 사용할 수 있을까? 이런 화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한국은행에서 발행되었다는 문구가 찍혀 있다. 즉 화폐가 다양한 거래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공인된 기관에서 찍어 내서 믿고 써도 된다는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에서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이처럼 모든 국가에는 화폐를 발행하는 중심 은행이 있는데, 이를 '중앙은행' 이라고 한다.
중앙은행이란 한 나라의 화폐제도와 금융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중심이 되는 은행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RB, 영국의 잉글랜드 은행 Bank of England 등이 중앙은행에 해당한다. 중앙은행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앞서 말했듯 한 나라의 통화 (시중에 유통되는 돈)인 은행권을 발행하는 일이다.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용하는 수많은 은행 역시 운영을 하면서 돈이 부족하면서 돈이 부족할 때는 어디에선가 돈을 빌려야 한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모두 기업에 대출해 주지 않고 최소한의 돈을 은행 저장고에 남겨 두기도 한다.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에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시중은행이 최소한의 자금을 얼마나 은행 저장고에 남겨 둘지 그 비율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은행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은행' 역할도 한다. 정부 역시 국가정책을 펼치고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돈을 수납하고 지출하고 보관을 해주며, 정부나 공공기관이 돈을 빌린다는 증서인 국공채(정부나 공공기관이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오면서 발행해 주는 증서 또는 채권)를 발행하고 이를 갚는 일도 담당한다.
한편 중앙은행은 나라 경제의 안정을 목표로 금융정책을 결정하기도 한다. 국가 안의 예금이나 대출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를 정한다. 기준금리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시중에 돈을 풀거나 거두어들이는 효과가 나며, 이에 따라 국가의 전반적 경제 흐름도 바뀐다. 중앙은행이 하는 일이 막중하다.
60 최고가격제 : '반값 우유' 정책 때문에 우유 가격이 치솟았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혼란에 빠진 국가의 권력을 잡은 인물이 있다. 바로 급진적 혁명가 로베스피에르 Robespierre다. 그는 1793년 모든 농산물의 가격이 올라 농민들의 삶이 불안해지자, 생필품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상한선을 정하는 정책을 펼쳤다. 농산물뿐 아니라 우윳값 역시 절반 가격으로 내렸다. 프랑스 어린이들이 저렴한 가격에 우유를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그의 의도대로 프랑스의 국민은 낮은 가격에 생필품을 구입해 편안한 생활을 누렸을까?
로베스피에르가 실시한 정책처럼 어떤 상품의 가격이 특정선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최고 수준을 정하는 제도를 '최고가격제' 라고 한다. 최고가격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유 가격이나 농산물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면 소비자의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기에 만든 제도다. 우리나라에도 아파트를 분양할 때 최고가격을 설정하는 제도, 이자율이 지나치게 높은 대출로 서민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정최고이자율을 정하는 제도 등이 존재한다.
이렇게 훌륭한 취지에서 시작된 제도임에도 최고가격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경제학자도 많다. 로베스피에르가 실시한 최고가격제도 마찬가지다. 그가 실시한 '반값 우유' 정책은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왔다. 젖소를 키우던 농민들은 우유를 팔아도 이득이 남지 않자 소를 도살해서 소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우유 공급량이 줄어들자 우유값이 폭등했고 암시장에서 몰래 우유를 사고파는 사람들도 생겼다. 다른 상품 시장도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빵 한 덩어리 가격이 일반 근로자의 일주일 치 임금 수준으로 치솟았고, 농산물을 구경하기도 어려워졌다.
이처럼 최고가격제가 실시되면 공급자들은 상품을 생산해 팔아도 별다른 이득이 없다고 판단해 상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인다. 그러나 최고가격제를 실시하는 상품 중 대부분은 필수품이다. 수요는 많은데 상품이 귀하다 보니 소비자끼리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상품을 사고 팔거나 긴 시간 줄을 서서 상품을 사게 된다. 이런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최고 가격제를 실시하기 전에 정부는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한다.
61 최저임금제 : 정부가 임금의 최저 기준을 정하는 이유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경필이. 시간당 5,000원밖에 주지 않는다는 사장님의 말에 망설였지만, 결국 일을 시작했다. 돌아온 월급날, 임금을 받고 보니 허탈했다. 한 달 중 20일 동안 네 시간씩 일했지만 경필이에게 돌아온 돈은 고작 40만 원뿐이었기 때문이다. 경필이가 40만 원을 받은 것은 정당한 일일까?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최저임금제라는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당 5,000원만 근로자에게 주는 건 불법이다.
'최저임금제'는 고용주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장)가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원래 자유로운 노동시장에서는 근로자와 고용주가 시장에서 거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임금이 결정된다. 이 임금이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대체로 고용하는 업체 숫자보다 근로자 숫자가 많기 마련이고, 이 경우 낮은 임금을 줘도 일할 사람이 많아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약자가 되기 쉽다. 고용주가 턱없이 낮은 임금을 줘도 근로자가 이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지내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국가에서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정하는 것이다. 2021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최저임금은 누가 정할까? 해마다 사용자 측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주)과 근로자 측, 공익위원이 모두 모여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라는 기구에서 의논해 결정한다. 최저임금제를 정할 시기가 되면 논란이 일기도 하다.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리느냐에 따라 고용주와 노동자의 이득과 손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용주 측에서는 최저임금을 너무 높게 올리면 기업 운영에 돈이 많이 들어 오히려 고용이 준다고 주장한다. 반면 근로자측은 최저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 올려야 근로자의 기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제가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계를 지켜 주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돕기 위한 제도라는 사실이다. 고용주와 근로자 양쪽이 최저임금제의 취지를 이해한 상태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금액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62 누진세 : 돈을 많이 벌수록 세금도 많이 내야 할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손흥민 선수의 2021년 연봉은 주급 20만 파운드 (약3억 1,600만원), 연봉은 1,200만 파운드 (약189억 6,000만원) 라고 한다. 그렇지만 손흥민 선수는 이 금액 중 약 40% 이상을 영국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한다. 물론 영국에 사는 모든 사람이 이 정도의 소득세를 내는 것이 아니다. 영국은 나라 안에서 얻은 소득이 5억 원을 넘는 경우 무려 소득의 42%를 세금으로 뗀다.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국가가 소득세나 재산세를 걷을 때 '누진세' 라는 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누진세' 는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서 걷는 세금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1년에 1,200만 원 이하의 돈을 버는 사람은 6%의 세금만 내면 된다. 그렇지만 소득이 늘어날수록 세금 비율이 늘어나 1.5억 이상을 버는 사람은 38%~45%의 세금을 낸다. 이처럼 소득 수준에 따라 세율을 달리해 걷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소득이 많은 계층에게 세금을 더 걷고, 가난한 이들에게 세금을 적게 걷으면 두 계층 사이의 소득 차이가 줄어들게 되니 경제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 소득세뿐 아니라 법인 (회사)이 벌어들이는 돈에 매기는 법인세, 상속세 (아무런 대가 없이 A가 B에게 사망 후에 재산을 물려주는 것), 증여세 (생전에 재산을 물려주는 것) 등도 누진세 체제를 따른다.
누진세와 다른 비례세와 역전세라는 세금도 있다. 비례세는 소득이나 세금 부과 대상의 금액이 얼마든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세율을 매기는 세금이다. 부가가치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가 사는 상품 대부분에는 10%의 세금이 매겨져 있는데, 이처럼 상품을 살 때 그 상품에 붙는 세금이 바로 부가가치세다. 평소에 의식하기는 어렵지만, 1,000원짜리 과자를 사면 100원을 부가가치세로 내는 셈이다.
역진세는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세금인데, 실제로 찾아보기는 어렵다. 소득 불균형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하기 어렵다.
63 예산제도 : 정부는 어떻게 나라 살림을 꾸릴까?
경필이는 매달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다. 용돈의 한도 내에서 먹고 싶은 것은 먹고, 버스 요금을 내고 남은 돈은 저축한다. 경필이의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일해 받은 월급을 쪼개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며 지낸다. 경필이와 부모님이 용돈과 월급을 수입으로 삼아 살림을 꾸려 나가는 것처럼 국가도 수입 가운데서 지출을 하며 살림을 해 나가야 한다. 보통 정부는 1년을 기본 단위로 해서, 소득과 지출을 통해 나라 살림을 꾸려 가는데, 이를 재정활동이라 일컫는다.
정부의 살림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떻게 소득과 지출을 꾸려갈지 1년 전에 미리 계획을 전부 세운다. 정부의 살림살이인 재정활동을 위해 소득과 지출을 계획하고 금액으로 나타내는 것을 '예산' 이라고 한다. 세입 歲入은 나라 살림을 운영하기 위해 돈을 마련하는 활동이다. 주요한 수입원은 국민이 내는 세금 (조세)다. 물론 세금 외에도 국민이 내는 수수료나 벌금 등의 수입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다수 수입은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에, 정부가 벌어들이는 수입을 세입이라고 부른다.
세출 歲出 은 정부가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벌어들인 수입을 지출하는 활동을 말하다. 세금을 활용하여 국방에 쓰기도 하고, 치안이나 질서 유지에 돈을 쓰기도 한다. 교육 시설이나 지방 행정, 복지,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 쓰기도 한다.
국가의 살림살이가 일반 가정의 살림살이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경필이의 부모님은 회사에서 벌어 온 소득을 먼저 파악하고, 그 한도 안에서 지출과 저축을 한다. 그러나 재정활동은 그 반대다. 먼저 1년 동안 나갈 돈이 얼마나 되는지 지출 (세출) 을 정한 다음, 그에 맞추어 세금을 얼마나 걷을 것인지 (세입)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나라 살림 중에서 어떤 분야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돈을 쓸 예정인지 누가 결정할까? 만약 정부가 마음대로 돈을 쓴다면 권력 남용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국민이 뽑은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 일을 한다. 국회는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고 어떻게 쓸지 최종 결정을 한다. 우리나라 법에는 국회에서 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세금을 걷게 정해져 있다. 이를 조세법률주의라고 한다.
예산안 편성 (정부) -> 예산안 심의·확정 (국회) -> 예산 집행 (정부) -> 결산 검사 (감사원) -> 결산 심사 (국회)
64 경제협력개발기구 : 'OECD 기준' 은 왜 뉴스의 단골 멘트가 되었을까?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기준으로 세계 O위입니다"
"우리나라의 OO평균은 OECD평균보다 높습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국가 간 비교를 할 때 OECD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 때 OECD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OECD는 우리말로 옮기면 '경제협력개발기구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다. 이 기구는 회원국의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 무역 확대 등을 위해 세계 30여 개의 국가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회원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는 선진국이 많다.
OECD는 원래 서유럽 국가들이 모여 만든 유럽경제협력기구 OECD라는 국제기구가 새롭게 바뀌면서 시작된 국가 모임이었다. OECD에 속해 있던 서유럽 18개국에 1960년대 미국과 캐나다를 회원국으로 포함시키며 20개국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호주와 일본 등의 국가들이 OECD 회원국이 되었고,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이 모임에 가입했다.
OECD는 회원국의 경제협력을 활발히 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체적으로 조정이나 지시를 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회원국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정책에 서로 토론하고, 좋은 정책을 개발해 회원국에 그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회원국의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통계를 만들어 낸다. 이 자료에는 경제 성장률, 실업률, 물가 등 일반적인 통계뿐 아니라 각 국가의 교육 발전 정도, 농업이나 과학 연구, 대기오염 등 다방면에 대한 조사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신문에서 "우리나라는 OECD기준으로 OO위 하였습니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 세계 상위 국가들이 대부분 속해 있는 기구이기 때문에 그만큼 국가 간 비교가 의미 있기도 하다.
다른 국제적인 경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른 국제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다. 현재 파리에 본부가 있으며, 2019년 10월 기준 37개국이 속해 있다.
65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 정부가 불공정한 게임 규칙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2019년 청주시의 유명 교복 브랜드 대리점이 잘못된 행위를 한 것이 적발되어 벌금을 문 일이 있었다. 이들은 몰래 중·고등학교에 납품하는 교복 가격을 일정한 값 이상으로만 받기로 결정했다. 그로 인해 학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았다. 이처럼 공급자 간의 불공정한 거래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은 시장 내의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사업자가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과도하게 경제력이 한쪽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이다. 한마디로 소수의 기업이 시장 안에 가격과 생산량을 좌지우지하며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특히 시장에서 공급자가 하나인 독점이나 2~3개인 과점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싼 값에 상품을 팔 수 있는 힘이 있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소비자의 손해도 늘어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만들고 이 법에 근거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설립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과 과점을 방지하며 부당한 공동행위와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행정기관이다.
공정거래법은 과점기업의 답합을 금지한다. 앞에서 본 교복 업체의 예와 같이 과점기업은 소수이기 때문에 몰려 가격을 합의해 결정하거나 물량을 정해 판매할 수 있다. 이를 답합 또는 카르텔이라고 부른다. 만약 국내의 세 개 이동 통신사가 몰래 모여 통신비를 비싸게 받기로 결정하면 시장에 해당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가 하나만 있는 독점기업처럼 움직일 수 있다. 별 수 없이 높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게 되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담합행위를 부당공동행위로 규정하고 엄하게 처벌한다. 물론 기업이 몰래 모여 담합하기 때문에 이를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맨 처음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벌금을 면제해 주기도 한다.
담합 외에도 공정거래법에서는 두 개 이상의 기업이 결합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을 제한하기도 하고, 불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지 감시한다.
66 경제안정화정책 : 경제의 적절한 체온 유지, 정부와 중앙은행이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체온은 대체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몸이 좋지 않을 때에는 이상 신호가 오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열이 올라 체온이 너무 높을 때에는 해열제를 먹어야 하고, 반대로 체온이 낮을 때에는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한다. 대체로 국가경제의 상황은 과열되거나 침체되는 시기를 차례대로 거치며 주기적으로 변한다. 경기가 과열될 때에는 몸에 열이 나는 상태와 비슷하다. 소비와 생산,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일자리 걱정이 크지 않다. 고용도 어느 정도 안정된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소득과 상품 소비가 늘다 보니 물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반대로 경기가 침체될 때에는 저체온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고용도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해 실업률이 높아진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소비 활동도 위축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물가가 올라가지 않고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물가가 안정된 불황기에는 일자리가 부족하기 쉽고, 고용이 안정된 호황기에는 물가가 올라가 불안하기 쉽다. 호황기에도 불황기에도 각각 나름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호황이나 불황이 심각할 때에는 물가 불안이나 일자리 부족으로 국민의 생활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가 심각한 불황이나 호황이 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때 나서는 주체가 정부나 중앙은행이다. 경기가 불안정해 물가와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정책을 펼친다. 이를 '경제안정화정책' 이라고 한다.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재정정책이라는 것을 펼친다. 정부가 재정정책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정부의 지출과 조세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즉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이나 이자율을 조정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두 기관은 각각 가진 무기를 사용하여 최선의 정책을 펼친다.
67 재정정책 : 정부가 돈을 풀거나 거두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와 생산 활동이 줄어들고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대규모 '돈 풀기' 정책을 실시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돕기 위해 1인당 약1,200달러 (약 135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이다. 1차부터 3차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쓴 돈은 약 4조 달러 (약 4,466조 원)에 이른다.
이처럼 정부가 국민에게 대규모로 돈을 푸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돈을 거두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를 '재정정책' 이라고 한다. 경기가 지나치게 침체되거나 과열되는 것을 막아야 나라 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재정정책을 실시한다.
재정정책에 정부가 쓸 수 있는 도구는 두 가지다. 국민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금, 그리고 정부의 지출이다. 만약 경기가 나쁘면 정부는 개인이나 기업으로 부터 걷는 세금 비율을 낮추고 공사를 벌리거나 필요한 물품을 많이 산다. 세금을 덜 낼 수 있게 된 가계와 기업은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 (통화량)이 늘어난다. 더불어 정부가 돈을 쓰니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더해진다. 덕분에 소비자나 기업은 더 많은 소비를 하고, 투자도 늘리게 된다. 이로 인해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국가 총수요 (가계와 기업, 정부 등 한 나라의 모든 경제 주체가 사려고 하는 나라 안에서 생산된 상품의 합)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렇게 경기가 침체될 때 총수요를 늘려 경기를 살리려는 정책을 확장 재정정책 혹은 적자 재정정책이라고 한다. 반대로 사람들이 돈을 너무 많이 써서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상승할 때, 정부는 세금의 비율을 높이거나 정부의 지출을 줄인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을 거두어들이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 경우에는 세금을 더 내게 된 개인이나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줄인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이 줄어들면서 총수요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물가상승이 진정된다. 경기과열도 해결된다. 이를 긴축 또는 흑자 재정이라고 한다.
68 금융정책 :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면 어떻게 될까?
어느 날 헬리콥터가 날아와 하늘에서 엄청난 양의 돈을 땅으로 뿌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약 50년 전,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이라는 경제학자가 던진 질문이다. 그의 말대로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 낸 다음 헬리콥터로 뿌린다면 사람들은 그 돈을 급히 주워 옷을 사 입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국내의 소비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덕분에 기업의 매출이 늘면서 경기가 활발해지겠다. 그렇다면 경기가 나쁠 때마다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될 탠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 통화량은 냇물에 비유할 수 있다. 가뭄이 와서 냇물이 말라도, 홍수가 나서 물이 넘쳐도 물의 흐름을 원활하지 못한다. 통화량도 비슷하다. 통화량이 부족해 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이를 돕기 위해 돈을 쏟아부어 준다. 돈의 흐름이 과도해 경기가 과열되면 통화량도 줄인다. 이렇게 통화량을 조절하며 경기를 안정시키는 정책을 '금융정책(통화정책)' 이라 한다.
문제는 돈의 흐름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실제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 헬기로 뿌리면 사람들의 소비가 과도하게 늘어 물가가 끝도 없이 치솟는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억지로 돈을 빼앗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에서 금융정책을 펼칠 때는 간접적인 수단을 사용한다. 정부나 중앙은행, 공공기관이 국공채라는 공인된 차용증서를 사람들에게 사고팔며 통화량을 조절할하는 방법이 그 예다. 경기가 과열되면 중앙은행은 일반인에게 차용증서인 채권을 팔고 돈을 빌립니다. 그러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돈이 중앙은행으로 흡수되며 시중에 있는 돈이 줄어들고 과열되었던 경기가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이 너무 부족해 경기가 나쁠 때는 중앙은행이 국공채를 사들이면서 사람들에게 돈을 풉니다. 덕분에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주머니가 두둑해진 사람들이 소비나 투자를 늘리고, 다시 경기가 활기를 띨 수 있다. 이렇게 국공채를 사고 팔며 경기를 안정시키는 정책을 공개시장운영이라고 부른다.
공개시장운영 외에도 금융정책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일반 은행이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높이거나 낮추는 재할인율정책, 은행이 가지고 있는 예금 중 기업에 대출해 주고 남겨 놓은 예비 자금의 비율을 높이거나 낮추면서 경기를 조절하는 지급준비율정책 등도 모두 금융정책에 해당한다.
69 고정환율제도 vs 변동환율제도 : 환율을 정하는 두 가지 방법, 무엇이 유리할까?
"원·달러 환율이 최고치인 1,995원을 기록했습니다."
1997년 12월 23일, 뉴스에서 다음과 같은 소식이 흘러나왔다. 환율은 우리나라 화폐와 다른 나라 화폐 사이의 교환 비율을 말한다. 2021년 기준 1달러의 값은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1,200원 정도 한다. 그에 비해 IMF 위기 직후인 1997년 당시 1달러는 2,000원에 가까울 정도로 비쌌다. 이처럼 달러의 값이 변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환율이 수시로 변하는 '변동환율제도' 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외국과 거래를 하거나 해외로 여행을 하려면 다른 나라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명확한 교환 비율을 정해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변동환율제도를 선택하는 국가의 경우, 시장에서 물건의 가격이 정해지듯 외환시장의 가격인 환율이 정해진다. 즉 외화 (외국 화폐)를 사려고 하는 수요와 외화를 팔려고 하는 공급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환율이 결정된다. IMF 직후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한국의 주식을 판 다음에, 한국 돈을 외국 돈으로 바꾸려고 했다. 외환시장에 달러를 사려는 사람 (수요) 이 많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진 것이다.
세계 모든 국가의 환율이 수시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홍콩의 환율은 1983년부터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 정도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달러화에 환율을 고정시켜 놓기 때문이다. 이처럼 환율이 변하지 않고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제도를 '고정환율제도' 라고 한다. 통화 가치를 말뚝에 묶어 놓는 것처럼 고정시킨다고 해서 말뚝이라는 뜻의 영어를 써서 페그 peg 제도라고도 부른다.
두 제도는 각기 장단점이 있다. 변동환율제도는 국내외의 경제 상황에 따라 갑작스럽게 환율이 크게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다. 만약 달러가 너무 비싸지면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상품이나 원재료의 가격이 올라서 물가가 크게 오른다. 반대로 환율이 크게 내려서 우리나라 돈이 비싸지면, 수출 상품의 가격이 비싸져서 수출이 잘 되지 않는다. 급격하게 환율이 변하다 보니 경제가 불안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장점도 있다. 무역 적자나 흑자가 심각해서 불균형이 심할 때에는 환율이 변하면서 과도한 적자나 흑자가 어느 정도 자동 조절된다.
고정환율제의 장단점은 변동환율제도의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시로 바뀌는 환율 때문에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환율이 고정되어 있으니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무역 적자나 흑자가 심각해도 고정된 환율 때문에 불균형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아 정부에서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경제로 세상 읽기 I : 최저임금제, 근로자에게 도움이 될까? -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논란
1970년 11월 13일, 동내문에 위치한 평화시장. 한 청년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며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였다. 그날 숨을 거둔 청년의 이름은 전태일. 당시 평화시장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던 재단사였으며,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운동을 하던 인물이기도 했다. 전태일은 17세에 처음 한 회사에 미싱 보조로 취직했는데, 그 때 받았던 일당이 50원이었다. 당시 차 한 잔 값 정도에 해당하는 돈으로, 하숙비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모자라는 돈은 구두닦이를 하거나 껌이나 휴지를 팔아 보충해야 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최저임금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생계유지가 어려운 수준의 임금을 받아도 근로자들은 별다른 항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였다.
1986년이 되어서야 저임금 근로자의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보장받기 위해 최저임금법이 만들어진다. 1988년 처음 시행될 때 시간당 462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21년 8,72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찬반논란이 있다. 찬성과 반대의 근거는 각 각 무엇일까.
찬성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제의 실시로 근로자의 생활이 안정되고 소득을 재분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을 받는 계층의 소득이 늘어나게 되면 생필품 외에도 다른 것을 소비할 여유가 생긴다. 소비가 늘어나니 기업의 생산이 활발해져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반면 반대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제가 오히려 전체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취업자의 24%가 치킨집이나 피자집, 편의점 등 자영업을 하는데, 최저임금의 수준을 높이면 파트타이머를 고용해 운영하는 이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처럼 운영이 넉넉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최저임금제로 부담이 늘어난 기업은 고용을 줄이게 되고 그로 인해 실업자가 된 이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전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 이야기가 옳은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그러나 저임금 근로자나 영세한 자영업자 등에게 사회 전체의 소득이 제대로 분배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제를 바라볼 때에는 우리 사회의 경제 성장뿐 아니라 소득 재분배의 문제까지 폭넓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경제로 세상 읽기 II : 국가가 전 국민을 매달 공짜월급을 나눠 준다면? - 기본소득제 도입 찬반 논란
미국 알래스카주 사람들은 매년 10월을 기다린다. 10월마다 주 정부에서 모든 거주민에게 한 명당 100~200만 원의 돈을 나누어 주기 때문이다. 이 무렵이 되면 쇼핑몰이 붐비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알래스카 영구기금' 이라고 불리는 제도 덕분으로 이 돈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알래스카는 석유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석유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기금을 만들어 1년에 한 번씩 거주민 전체에게 나누어 주는 영구기금제도다. 이 제도는 1974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알래스카 주지사였던 제이 해먼드 Jay Hammond 는 '석유는 알래스카 주민 모두의 것' 이라는 생각으로 이 제도를 추진했다고 한다.
알래스카의 영구기금제도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를 떠올리게 한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 직업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현금을 규칙적인 간격으로 나누어 주는 제도를 말한다. 기본소득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때문이다. 미래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게 되면 인간은 생계를 유지할 일자리와 소득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가 기본소득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알래스카처럼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수 있을까? 찬성과 반대 여론이 팽팽하게 부딪히는 중이다. 찬성의 입장에서는 취약계층을 추려 도와주는 지금까지의 복지제도보다 기본소득이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취약계층을 추리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어 보다 의욕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반면 반대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거두어 만든 나랏돈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국민에게 매달 기본 소득을 30만 원씩만 나누어 주어도 한 해에 186조가 들어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돈은 우리나라 보건·복지·고용 예산을 다 합친 금액과 비슷하다. 또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다 보니 정작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을 돕지 못할 수도 있다. 더욱이 사람들이 나태해지고 근로 의욕이 떨어져서 경제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직 국가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나누어 주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전 국민이 공짜월급을 받는 세상이 올 것인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